여기서는 일단 멈춤…광주비엔날레 '주목, 이 작가'

김일창 기자 2023. 4. 7.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숙경 예술감독 추천 15선 관심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이틀 앞둔 5일 광주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에서 열린 프레스오픈에서 언론, 문화 관계자들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주제로 한 이번 비엔날레는 7일부터 7월9일까지 광주비엔날레전시관과, 국립광주박물관, 호랑가시 아트폴리곤 등지에서 열린다. 2023.4.5/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김일창 기자 = 오는 7월9일까지 이어지는 광주비엔날레는 79명의 작가가 다섯 개의 전시장에서 작품을 전시하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야만 모두 관람할 수 있다. 부족한 시간, 눈여겨봐야 할 작가는 누구일까. 이숙경 비엔날레 예술감독이 15명을 추천했다.

불레베즈웨 시와니 영상 작품. (광주비엔날레 제공)

◇ 불레베즈웨 시와니 (들어서며)

죽은 자의 세계와 산 자의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영적 치유자 '상고마' 전수자로 조상들의 의례, 기독교와 아프리카 정신성의 관계를 주제로 작업한다. 몸은 남아프리카에서 흑인 여성의 경험을 규정하는 가부장적 틀을 심문하는 장소임과 동시에 주체, 객체, 형태, 매개, 물질, 언어로 작동한다. 2021년 스탠다드은행 청년 작가상 조형예술상을 수상했다.

시와니는 물과 동굴, 평야, 산, 숲에 깃든 영들을 상상하는 '영혼 강림' 영상 설치 작업과 더불어 전통적인 치유자로서 훈련을 받으며 얻은 개인적인 기억과 경험을 보여주는 장소특정적 설치 작업을 함께 선보인다.

파라 알 카시미 작품. (광주비엔날레 제공)

◇ 파라 알 카시미 ('은은한 광륜' 전시실)

작가이자 음악가이다. 줄곧 사적, 공적 공간을 유동적으로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였다. 일상과 관련된 침해와 감시 체계의 지도를 그리는 데 지속해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 포스트-인터넷 미학이 돋보이는 매혹적이고도 불온한 사진과 영상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아랍에미리트 등지의 소비자 문화의 집 안팎 풍경과 그 안의 사람들에 주목하며 미학적 번역의 복잡한 층위를 드러낸다.

작가는 개인적 아카이브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추며 어린 시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꽃무늬 식탁보와 옷, 벽지, 실내장식 등에 주목한다. 그의 사진들과 거대하게 확대한 이미지들은 사적이고 내밀한 렌즈의 시선을 통해 여러 문화 사이에서 살아가는 문화적 혼종성, 가족의 역사와 관련된 노동과 생산수단을 둘러싼 생각들을 탐구한다.

이승애作. (광주비엔날레 제공)

◇ 이승애 ('은은한 광륜' 전시실)

감정과 빛, 소리와 같은 비물질적 요소를 포착하고 드로잉, 애니메이션, 설치로 풀어내는 작가이다. 일상적 사물과 공간을 추상적 패턴 및 형상과 결합해 실재와 허구 사이를 맴도는 초현실적인 작품을 구축한다. 흑연과 종이를 주로 사용하는 그의 작업은 친숙하고 검소한 재료의 무한한 가능성을 향한 실험으로도 볼 수 있다.

선보이는 작품은 한국의 민간 신앙에서 망자의 비탄과 슬픔을 씻어내기 위해 치르는 씻김굿에서 착안했다. 하지만 씻김국의 장면을 그대로 묘사하기보다 나무나 돌, 흙 등의 일상적인 물질을 종이에 문질러 얻은 추상적인 조각들로 오려낸 후, 벽면에 그린 드로잉과 연결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구현한다.

알리자 니센바움作. (광주비엔날레 제공)

◇ 알리자 니센바움 ('은은한 광륜' 전시실)

초상화를 그리며 대상과의 관계를 형성한다. 특색 있는 공동체와 협업한다. 대상들과의 장기적인 관계는 그들의 역사와 존엄성의 이해로 연결된다. 대개 모델들의 집이나 일터에서 발견한 직물과 소품으로 무성히 장식된 회화는 경제 상황과 우정, 그들의 직업과 여가 환경 사이의 연계를 가시화한다.

출품작은 광주 놀이패 '신명'과 협업한 회화 작품들로 5·18 민주화운동 당시 목숨을 잃은 사람들과 그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엄정순의 '코 없는 코끼리'. 2023.4.5/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 엄정순 ('은은한 광륜' 전시실)

600여년 전, 인도네시아와 일본을 거쳐 한반도에 처음으로 들어온 코끼리가 전라도 끝 장도로 유배되는 수난의 여정을 따라가는 작업을 하면서, 그 경로 선상의 도시에 사는 시각장애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1996년부터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고 활동한다.

전시작 '코 없는 코끼리'는 관객들이 직접 만져보고 경험해볼 수 있다. 시각장애 학생들이 청각과 촉각, 후각으로 느낀 코끼리를 표현한 조형물을 재해석하고 실제 코끼리 크기로 대형화했다. 작가가 작품으로 전하고자 하는 것이 고스란히 다가온다.

타렉 아투이 설치 작업. (광주비엔날레 제공)

◇ 타렉 아투이 ('조상의 목소리' 전시실)

사운드 퍼포머이며 음악가, 작곡가로 활동하는 그는 복잡하고 독창적인 악기들을 제작하며 개입, 콘서트, 퍼포먼스, 워크숍 등을 고안하고 기획한다. 아투이는 주로 악기에 대한 지속적인 고찰을 중심으로 다층적이고 개방적이며 역동적인 과정으로 이루어진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엘레멘탈 세트'는 한국 전통 음악과 그 안에 내포된 철학에서 영감을 받은 악기, 음향 기기, 작곡 아이디어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이 설치 작업은 물과 불, 흙에 의존하는 악기를 연주하는 방법과 악기를 구성하는 물성의 순환과 변화에 집중한다.

타우스 마카체바 영상 작품. (광주비엔날레 제공)

◇ 타우스 마카체바 ('조상의 목소리' 전시실)

조각과 퍼포먼스, 영상 작업을 통해 전통과 근대성의 충돌뿐만 아니라 자신의 문화적 배경인 다게스탄 공화국이 러시아에 합병됨에 따라 발생한 일련의 문제들을 살펴본다. 아이러니와 풍자가 특징인 마카체바의 작업은 역사적 아카이브와 문화 유물, 개인적 서사를 상상 속 요소와 결합해 작품을 초현실의 영역으로 이끈다.

'독수리 평원'은 작고한 마카체바의 할아버지이자 소련의 유명 시인이었던 라술 감자토브에 대한 작가의 기억과 대중의 추모를 중첩한 작품이다.

막가보 헬렌 세비디 作 (광주비엔날레 제공)

◇ 막가보 헬렌 세비디 ('조상의 목소리' 전시실)

남아프리카 프레토리아 북쪽 시골인 마라삐아니에서 전통 벽화가인 할머니와 함께 성장했다. 세비디는 대부분의 청년기를 요하네스버그에서 가정부로 일했다. 고용주가 회화를 시작했을 때 회화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그때 처음으로 유화 물감을 가졌다. 1989년 흑인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스탠다드은행 청년 작가상을 수상했다.

주로 파스텔과 아크릴 물감, 유화 물감을 사용해 특징적인 짧은 필법으로 작업하는 그의 회화와 드로잉에는 추상화된 인간과 동물 형상이 생동감 있는 색채로 등장한다. 그림은 남아프리카의 흑인 여성으로서 시골 마을과 도시에서 살아온 경험과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속에서 겪었던 삶을 반영한다.

노에 마르티네스의 퍼포먼스. 2023.4.5/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 노에 마르티네스 ('조상의 목소리' 전시실)

고향인 멕시코 식민지 역사의 중요성과 사라져가는 선주민 문화에 주목한다. 그는 스페인 식민주의자들이 아프리카인을 노예화한 역사와 와스테크 민족의 후손으로서 자신이 경험한 일상을 떠올리며 멕시코 사람들이 겪었던 집단적 트라우마를 조명하고 서구적 세계관이 형성한 역사를 바라보는 대안적 해석을 제안한다.

'송이 3' 작품의 조각들은 16세기에 유럽인들에 의해 노예로 팔려 간 와스테크 선조들의 역사를 환기시키며 당사자의 동의 없이 거래의 대상이 되어버린 몸을 은유한다. 작가는 목소리와 타악기로 직접 의례를 행하며 선조들을 광주로 불러와 그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한다.

아서 자파 作. (광주비엔날레 제공)

◇ 아서 자파 ('일시적 주권' 전시실)

영화와 사진, 설치 작업을 아우르는 작품 활동을 통해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살아가는 현실을 사유하는 작가이다. 그의 영상 작업은 대중문화, 대중매체, 유튜브에서 발견한 장면들과 직접 촬영한 영상을 한데 모아 병치함으로써 동시대 미국에서 흑인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층위를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하게 전달한다.

'LOML'은 자신의 가장 가까운 공동 작업자 중 한 명이자 작가겸 음악가였던 고(故) 그레고 테이트에게 바치는 오마주다. 알아볼 수 없는 형상의 이미지와 두 사운드트랙 간 불협화음은 묘한 감각을 자아내며 애도와 비탄이라는 감정을 환기한다.

오석근 作. (광주비엔날레 제공)

◇ 오석근 ('일시적 주권' 전시실)

태어나고 자란 인천을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사와 얽힌 개인의 기억을 찾아 사진으로 재현하고 기록한다. 개인과 국가 트라우마의 관계를 고찰하고 한국 사회에 남겨진 기억, 상처, 이념, 그리고 이를 유발한 권력 구조를 탐구해온 한편, 지난 10여년간 적산가옥으로 불리는 일본식 가옥 내외부의 변화상을 전쟁과 식민지, 근대화, 산업화가 만들어낸 결과물로 간주하고 그 시간과 기억의 층위를 렌즈를 통해 탐구했다.

작가는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광주 도심 곳곳에 숨죽여 존재해온 적산가옥 또는 광범위한 식민 역사의 흔적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을 시작으로 인천과 부산 등 다른 도시와의 연결점을 찾아 그 맥락을 확장한다. 그가 보여주는 적산가옥의 시대적 변용은 한국인이 집을 이념과 역사, 국가를 넘어 실용성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살아왔단 것을 말해준다.

산티아고 야오아르카니 作. (광주비엔날레 제공)

◇ 산티아고 야오아르카니 ('일시적 주권' 전시실)

회화 작품을 통해 콜롬비아 남부와 페루에 거주하는 위토토 민족의 지식체계를 보존하고자 한다. 강제 이주, 식민화, 집단학살을 겪은 선주민의 삶에서 지속되고 있는 트라우마를 묘사한다. 그의 작업은 페루 아마존 회사가 수천 명의 선주민을 노예로 삼고 학살하며, 아마존 우림에서 고무를 채취하게 한 푸투마요 집단학살 생존자의 후손으로서 경험한 자신의 삶에 기인한다.

작품 '위토토 세계관'은 수많은 신들이 등장하는 신앙체계나 물고기의 기원에 관한 신화적 서사, 아마존 우림에 스며든 도시 풍경이 자아내는 동시대 환경 등 위토토 민족이 영위하는 다양한 삶의 측면을 나타내는 도상으로 채워져 있다.

김민정 作. (광주비엔날레 제공)

◇ 김민정 ('행성의 시간들' 전시실)

한지와 먹물을 사용해 전통 한국화의 미학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광주에서 나고 자랐으며, 이번 비엔날레에서 함께 전시 중인 강연균과 같은 스승을 사사한 그는 작업을 통해 한국화 전통의 맥이 광주에서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출품작은 정신과 신체가 평정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한국 서예의 전통과 같이 작품은 일상의 시간 경험에 변화를 주는 명상적 공간을 제공한다. 산수화 전통을 상기시키는 그의 작업은 여러 층위의 시간성을 하나의 화면 안에서 품는다.

아벨 로드리게즈 作. 2023.4.5/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 아벨 로드리게즈 ('행성의 시간들' 전시실)

세밀한 드로잉을 통해 자신이 기억하는 아마존 우림을 기록하고 있다. 콜롬비아 남부의 노누야 민족의 후손으로 지역의 '특별한 지식인'(사베도르)였던 삼촌에게 현지의 동물 생태를 배웠는데, 밀림에서 계속되는 폭력 사태를 피해 보고타로 이주해야 했을 때부터 자신이 선조들에게서 물려받은 지식을 보존하고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들은 지구를 정복하려는 식민지배주의적 관점에 맞서 자연 세계를 기록하는 대안적 수단을 보여준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 역시 우림에 대한 개인적 기억을 심층적으로 탐구한 결과물이다. 나무가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화면 하단에는 작은 동물들이 땅 위를 거닐고 있다. 나뭇잎의 진한 초록색이 잔상으로 남는다.

자오 런휘 作. (광주비엔날레 제공)

◇ 로버트 자오 런휘 ('행성의 시간들' 전시실)

그의 복합 매체 작업은 "동물학적 응시"라고 칭하는, 인간이 자연 세계와 상호 작용하는 다양한 방식에 집중한다. 자오는 사람들이 다큐멘터리, 저널리즘, 과학 실험 등 자연 세계를 다루는 방법을 통해 수 세기 동안 인간 문명의 바탕이 된 자연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인간적인 것과 비인간적인 것 사이의 이원론적 구별을 해체하고 관객들이 그런 패러다임 아래서 구성된 역사와 환경을 재고하도록 유도한다.

출품작 '강을 기억하고자 함'은 20세기 초에 콘크리트 배수관으로 바뀐 고대 싱가포르의 이름 없는 강의 지류가 품은 삶과 역사를 다룬다.

ic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