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하고 걸리면 FA로 이적가능? 손봐야할 K리그 규정[기자의 눈]

이재호 기자 2023. 4.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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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북 현대의 일본인 선수 쿠니모토 다카히로가 음주운전 적발 후 계약해지 된 이후 이번엔 FC안양의 코스타리카 선수 조나탄 모야가 음주운전 적발 후 계약해지됐다.

구단에겐 막심한 손해, 선수에겐 오히려 이득이 될 수 있는 사건 사고 후 계약해지는 현행 규정상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기에 손을 봐야할 프로축구연맹이다.

이미 K리그는 최근 음주 운전관련 사고나 적발된 선수들 전원이 계약해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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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지난해 전북 현대의 일본인 선수 쿠니모토 다카히로가 음주운전 적발 후 계약해지 된 이후 이번엔 FC안양의 코스타리카 선수 조나탄 모야가 음주운전 적발 후 계약해지됐다.

구단에겐 막심한 손해, 선수에겐 오히려 이득이 될 수 있는 사건 사고 후 계약해지는 현행 규정상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기에 손을 봐야할 프로축구연맹이다.

ⓒ프로축구연맹

지난 3일 안양은 조나탄의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알렸다. 전날 술을 먹고 아침에 안양으로 돌아오던 중 타이어에 펑크가 나 교통경찰이 도움을 주던 중 숙취 음주 적발로 인해 프로축구연맹은 60일 활동 정지 조치를 내렸고 안양 구단은 계약해지를 발표했다. 5경기 5골로 맹활약하던 K리그2 득점 1위 조나탄은 한순간에 K리그에서 사라졌다.

계약해지가 가혹할 수 있지만 음주운전을 죄악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상 당연한 조치. 이미 K리그는 최근 음주 운전관련 사고나 적발된 선수들 전원이 계약해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선수야 음주 운전 적발 후 사회적으로 매장되고 국내리그에서 사실상 뛸 수 없어 타 아시아리그를 전전하거나 은퇴하기에 충분한 벌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외국인 선수들이다. 지난해 7월 전북의 쿠니모토 역시 음주 운전에 적발돼 60일 활동정지가 됐고 전북은 계약해지를 했다. 하지만 쿠니모토는 오히려 이 계약해지를 이용해 곧바로 포르투갈리그 카사피아로 이적해 지금까지도 잘 뛰고 있다.

조나탄 역시 계약해지로 인해 FA로 풀렸으니 조만간 타국가의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높다. 쿠니모토나 조나탄 모두 아시아 정상급 리그인 K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던 선수였는데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는 FA신분이 됐으니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이적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오히려 한국에서 음주 운전에 걸린 덕분에 FA도 되고 더 많은 연봉을 받거나 혹은 더 큰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벌써 두 번의 사례가 나왔는데 속수무책이다. 구단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 전북이나 안양이나 해당 선수들을 판매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몇억원쯤은 쉽게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음주 운전을 했다는 이유로 계약해지를 해야했고 이적료 한푼 남기지 못하고 FA로 풀어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팀은 대체자없이 이적시장이 열리기까지 있는 자원으로 겨우 메워야한다.

만약 나쁜 에이전트라면 이적을 하고 싶은데 구단에서 이적료를 높게 부른다면 술먹고 운전대만 잡으면 FA가 될 수 있는 현 상황을 악용할 여지가 충분하다.

전북 현대와 계약해지된 쿠니모토. ⓒ프로축구연맹

구단 개별적으로 이를 막기 위해 위약금을 걸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개별적으로 이런 조항을 걸었다가 타구단과의 협상에서 뒤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축구연맹 차원에서 표준계약서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위약금을 물거나 구단의 피해를 물을 수 있게 명문화한다면 이후 나올 악용 사례를 방지할 수 있다.

연맹이 방관해서는 안된다. 사회적 분위기와 축구계 분위기가 음주운전에 대해 엄격히 처벌하고 있는 상황에서 60일 활동 정지 조치를 내리는 것만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하기엔 곤란하다. 이미 구단들은 피해를 감수하고 계약해지까지 하는 강력한 조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맹이 구단을 보호하고 행여 악용될 사례를 막는 것이 필요하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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