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쓰레기, 그리고 연금개혁[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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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가 연금개혁을 강행하자 벌어진 일이다.
프랑스의 연금개혁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우리에게도 숱한 고민을 던진다.
실제로 한국에서 연금개혁이 지속적으로 실패한 것은 리더십의 부재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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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모나리자로 유명한 루브르 박물관은 지난달 27일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 박물관 측은 "전문직 노조의 사회운동으로 지금 문을 열 수 없다"고 공지했다. 하루 뒤에는 철도와 지하철 파업이 이어졌고 교사들까지 파업에 동참했다. 프랑스 정부가 연금개혁을 강행하자 벌어진 일이다.
프랑스 정부는 정년과 연금수령 나이를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내용의 연금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거센 반발에 대응해 하원 표결을 생략하는 권한까지 행사했다. 그는 대국민 담화에서도 "현행 제도를 놔두면 붕괴하고 말 것"이라고 강행의사를 밝혔다.
프랑스의 연금개혁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우리에게도 숱한 고민을 던진다. 국민연금은 한국 사회의 뇌관 중 하나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통상 40년으로 규정하는 '제도 성숙기'에 임박했지만 여전히 불완전한 상태다. 역대 정부가 연금개혁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연금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의 리더십에 주목하는 이유다. 실제로 한국에서 연금개혁이 지속적으로 실패한 것은 리더십의 부재 탓이다. 과거 청와대는 연금개혁 과제를 주무부처에만 맡겨두고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연금개혁 의지가 없었다고 보는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가려 볼 점은 있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연금개혁은 프랑스의 사례처럼 큰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연금개혁을 3대 개혁 과제로 제시한 윤석열 정부 역시 국민적 공감대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 국민연금은 국가의 지급보장이 명문화돼 있지 않다. 관련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매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미래세대가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지급보장 명문화는 필요하다.
정부는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거세게 제기되고 있는 '국민연금 무용론'에도 적극 설명해야 한다. 자본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을 없앨 경우 경제적 타격은 상상 이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전후 사정을 감안해 정부는 청년들의 국민연금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노력에 나서야 한다.
최근 흐름을 봤을 때 올해 연금개혁에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 같진 않다. 기대를 걸었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보건복지부가 10월까지 연금개혁을 위한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겠지만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화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내년으로 예정된 국회의원 선거는 연금개혁의 악재다. 국민들이 싫어하는 연금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설 정치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또 시간이 흘러가고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차라리 5년으로 규정한 연금개혁의 주기를 없애는 것을 제안한다. 누군가의 비유처럼 5년마다 건강검진만 받고 처방을 하지 않는 시스템은 바꿔야 한다.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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