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공공조달 노크하는 제약업계, "왜?"
셀트리온·GC녹십자, WHO PQ 인증…LG화학, 유니세프와 2억 달러 계약
"검사 기관·수입 절차 마련되지 않은 국가에 UN 통해 진출 가능"
[아이뉴스24 김성화 기자] 제약업계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서두르면서 UN의 공공조달 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개별 기업이 진출하기 힘든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의 문을 UN 공공조달을 통해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올해 셀트리온과 GC녹십자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전적격성평가(Pre-Qualification·PQ) 인증을 획득했다. 셀트리온은 후천성면역결핍증(HIV/AIDS) 치료 3제 복합제인 'CT-G06', GC녹십자는 수두백신 '배리셀라' 제품을 대상으로 했다.
또 LG화학은 지난달 UN 산하기구인 유니세프(UNICEF)와 소아마비백신 '유폴리오(Eupolio)', 5가 혼합백신 '유펜타(Eupenta)'를 합해 2억 달러(약 2천638억원) 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행보는 '선행'으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UN이 운영하는 공공조달 시장이 꽤 큰 규모라는 점에서 제약업계로서는 도외시할 수 없는 판매영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해외조달정보센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UN의 조달 규모는 약 223억 달러(약 30조원)다. 이중 보건분야가 4분의1을 차지한다. 보건분야 조달 규모는 2016년 39억 달러(약 5조 1천400억원)에서 2020년 54억 달러(7조 1천236억원)로 5년 새 38% 가량 증가했다.
또 품목별로 보면 조달 규모가 가장 큰 품목은 피임약을 포함한 의약품으로, 30억 달러(약 4조원)다. 전체의 13.6%를 차지한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기간 동안 UN의 보건 분야 공공조달 시장 규모도 상당히 커졌을 것으로 예측된다. 해외조달정보센터는 "2020년 조달 규모 증가에 크게 기여한 주요 UN 기구는 유니세프와 WHO, 유엔개발계획(UNDP)"이라며 "2020년 코로나19 전염병에 대한 UN 시스템의 대응과 연계된 의료 장비와 실험실 및 시험 카테고리에서 전체 증가액의 약 79.1%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에비해 우리나라의 UN 공공조달 시장 참여 비중은 크지 않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가 UN으로부터 수주한 조달시장 금액은 약 3천억원으로 전체의 1% 수준이다. 이중 의약품이 45.1%, 실험실 및 시험 장비가 14.6%, 의료장비가 13% 등 보건 분야가 전체의 72%를 차지한다. 제약업계로서는 참여를 확대할 가능성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제약업계는 UN 공공조달 시장의 문을 계속 두드리고 있다. 이번에 인증을 받은 셀트리온의 에이즈 치료제는 지난 2019년 항생제 성분인 '리네졸리드‘, 같은 해 12월 에이즈 치료 2제 복합제 '테믹시스'에서부터 이어진 일곱번째 PQ인증 제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GC녹십자와 공공조달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UN 산하 기구인 '범미보건기구(PAHO)'로 수두 백신 '스카이바리셀라' 수출을 시작하며 중남미 시장에 진출했다. 이 시장은 GC녹십자가 선점했던 시장으로, GC녹십자가 2020년 개발한 배리셀라로 제품을 교체하는 공백기를 SK바이오사이언스가 파고들었다.
두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최근 생산을 재개한 독감백신을 두고도 PAHO 조달 시장에서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GC녹십자는 WHO로부터 충북 오창 '통합완제관(Warehouse & Filling and Finish)'의 PQ 인증을 받으며 UN 공공조달 시장을 더 확대할 준비를 마쳤다. 2019년 준공된 통합완제관은 국내 최대 규모의 완제공정 생산시설로, 연간 3억 도즈 규모를 생산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UN과 공급계약을 체결하면 가격이 민간판매분보다 낮아지기는 하지만 아예 수익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아프리카나 일부 동남아시아 등 UN 공공조달 시장에 포함된 국가들은 별도의 검사 기관이나 의약품 수입을 위한 절차 등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를 UN에서 대신해주고 있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오히려 도움을 받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화 기자(shkim0618@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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