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재탄생한 역사…'ERA 7.56' 1R 루키, 어떻게 '주인공'이 됐나?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기회 잘 잡은 것 같습니다"
두산 베어스 김동주는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팀 간 시즌 3차전 홈 맞대결에 데뷔 처음 선발 투수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92구, 7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 첫 승리를 수확하는 기쁨을 맛봤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두산의 선택을 받은 김동주는 지난해 불펜 투수로 10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7.56으로 다소 아쉬운 데뷔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시범경기에서부터 5선발 후보로 테스트를 받았고, 가장 마지막 등판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5이닝 1실점 투구를 펼치며 기대감을 키웠다.
사령탑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승엽 감독은 6일 경기에 앞서 "김동주가 5이닝만 완벽하게 던져줬으면 좋겠다. 시범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선발 투수로 던지겠다는 욕심보다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피칭을 했으면 좋겠다. 구위는 좋으니 힘으로 상대를 누를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주는 사령탑 기대 이상의 투구를 선보였다. 김동주는 1회 이후 단 한 번도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지 못했고, 네 번이나 선두타자를 내보냈다. 하지만 최고 141km에 이르는 슬라이더(46구)와 150km의 직구(39구)를 바탕으로 포크볼(5구)와 커브(2구)를 곁들이며, NC 타선을 6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묶었다.
이날 김동주의 등판은 수많은 기록으로 이어졌다. 김동주는 2020년 8월 22일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승리 투수가 된 김민규 이후 KBO 역대 150번째, 베어스 프랜차이즈 역대 20번째로 선발 데뷔전 승리 투수가 됐고 첫 선발 등판에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와 선발승을 거둔 것은 1994년 5월 4일 해태 타이거즈전의 홍종무 이후 무려 29년 만. 베어스 프랜차이즈 역대 8번째였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김동주는 승리를 거둔 것이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그는 "날씨가 추워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몸이 잘 풀렸다. 그리고 잘 던져서 다행"이라며 "너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첫 선발 등판에서 승을 하게 돼 너무 좋고, 그냥 너무 좋다"고 활짝 웃었다.
부모님을 모신 자리에서의 승리였기 때문에 더욱 뜻깊었던 날이었다. 김동주는 "아버지는 초·중학생 때 매일 출근하면서 학교에 데려다주시고, 경기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오셨다. 어머니도 매번 잠을 못 주무시고 밥을 해주시고, 정말 고생이 많으셨다"며 "부모님 앞에서 잘 던져서 다행인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첫 선발 등판에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승리까지 따냈지만, 만족스러운 투구는 아니었다. 그는 "지난 시범경기 등판에서는 볼넷이 4개였다. 오늘은 1개밖에 없었고, 6이닝을 던진 것은 좋았다. 80점 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선두타자를 많이 내보냈던 것은 조금 아쉬웠다"고 이날 투구를 돌아봤다.
이날 김동주의 투구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슬라이더였다. 7개의 삼진 중 6개를 슬라이더로 솎아냈다. 확실한 무기가 생긴 것이 지난해보다 더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김동주는 "올해 슬라이더를 많이 던지는데 여러가지를 해보다가 그립을 바꿨다. 횡, 종으로 휘게 다 던질 수 있다"며 "아직 부족하지만, 특히 슬라이더와 포크볼 제구가 잘 돼서 타자를 상대하기가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어쩌면 지난 시즌에는 많지 않은 옷을 입었던 것이 아쉬운 데뷔 시즌으로 이어졌다. 2군에서도 줄곧 선발로만 던져왔기 때문. 이제는 맞는 옷을 입었고 보여줄 일만 남았다. 그는 "2군에서도 선발을 많이 해서 더 편한 것 같다"며 '선발 욕심'을 묻자 "욕심은 당연히 난다. 기회도 잘 잡은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두산 베어스 김동주. 사진 = 잠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마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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