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물량 사시면 현금 350만원 바로 쏩니다" [현장]

‘안심보장제’에 ‘스마트리빙’ 까지 미분양 마케팅 전쟁
미분양 공세에 MGM 수수료 수백만원대 '페이백'도 성행
일부 오피스텔은 1년 치 월세 선납…'마일리지'까지 제공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미분양 물량 사시면 현금 바로 드립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늘어나자, 일선 분양현장에선 점점 더 파격적이고 수위를 높인 혜택을 동원한 마케팅 방법이 나오고 있다.

7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미분양 물량이 누적되고 있는 지방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현금을 페이백 해주는 일명 'MGM(Members get Members) 마케팅'을 비롯해 10여 년 전부터 성행한 '스마트리빙' 제도, 향후 분양 조건이 또 변경될 시 이를 모두 소급 적용해주는 '안심보장제' 등 다양한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일부 미분양 물량 보유 시행사에서는 자사의 운동시설이나 호텔을 이용할 수 있는 수백만원대 '마일리지'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파격 프로모션은 시행사로서 미분양 누적을 더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방증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천438가구로 전월보다 0.1%(79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1만 가구씩 늘고 지난 1월에도 7천211가구 늘어난 것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했다.

대구 달서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서온 기자]

공사가 끝난 뒤에도 주인을 찾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전월보다 13.4%(1천8가구) 늘어난 8천554가구로 집계됐다. 대구 후분양 단지에서 700가구가량 미분양이 발생한 영향이 주효했다.

미분양 물량은 지난 2012년 11월(7만6천319가구)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준공 후 미분양 규모는 지난 2021년 7월(8천558가구) 이후 최대치다.

이처럼 미분양 증가세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영종도 일원에서 미분양 물량을 소화 중인 한 단지는 '안심보장제'를 내세웠다. 안심보장제는 향후 분양 조건이 변경되면 계약자 모두가 같은 조건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소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와 함께 향후 오를 수 있는 대출 금리 인상을 사업 주체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금리 안심보장제'를 내건 곳도 있다.

기존 분양가에서 최대 25%의 할인 혜택을 제공 중인 대구 수성구 일원 한 단지는 파격 할인뿐만 아니라 계약자를 늘리기 위해 '스마트리빙'이라는 제도를 들고나왔다. 초기 분양가의 34%를 납부하고 최장 36개월 동안 살아보고 향후 분양을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이다. 거주한 지 2년이 되는 시점에 매수 여부를 정할 수 있다.

스마트리빙(전세형 분양제)은 10여년 전부터 미분양을 털기 위한 수단으로 유행하기도 했던 방식이다. 건설사(시행사)와 입주민의 계약 내용이 불명확하거나, 입주민에 불합리하게 만들어진 일부 계약 조항 등으로 계약 만기 시점 갈등이 커지면서 소송까지 이어진 사례도 다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을 쉽게 소화하지 못하자 수년 전 흥행한 '스마트리빙' 제도가 일부 지역서 재등장하고 있다"며 "경기도 용인 성복지구 내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미분양 물량 중에서는 '스마트리빙'이나 '샘플하우스'로 여러 차례 이미 이용된 매물들이 잔존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 경우 더 이상 새집으로 보기 어려워 향후 스마트리빙이 매수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부동산 극 호황기가 아닌 이상 부동산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전남 일원 한 오피스텔에서는 계약을 유도하기 위해 분양받은 고객의 임대 부담을 크게 낮춘 조건을 제시했다. 시행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2년 동안 확정 월세 기준 1년 치 월세를 선지급하는 파격 혜택이다. 일정 위탁관리 기간이 지나면 시행사 측에서 초기 분양가 기준으로 재매입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일대 중개업소들이 미분양 물량 계약시 인센티브 절반을 계약자에 제공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현금과 마일리지 공세까지 더해지고 있다. 분양 계약자에게 시행사(건설사) 보유의 호텔 체인과 헬스장, 골프클럽을 이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를 제공하거나 실계약자에게 현금으로 혜택을 일부 돌려주는 MGM 마케팅도 성행 중이다.

이는 주로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으로, 분양업계에서는 사업지 내 지역 중개사들이 손님을 데려오면 분양대행사가 중개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MGM이라 부른다.

최근 미분양 물량이 넘쳐나는 대구에서는 이 수수료를 자신들을 통해 계약한 고객들에게 나눠주는 '페이백' 방식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실제 수성구 만촌동 일원 한 단지 시행사가 계약체결 시 700만원의 MGM 수수료를 중개사에게 제공하고 중개사가 절반인 350만원을 다시 계약자에 돌려주고 있다. 수수료 세금까지 중개사가 부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정도에 따라 MGM 수수료 수위도 달라지지만 많게는 웬만한 아파트 계약금에 달하는 1천만원대의 MGM을 내건 곳도 있다"며 "수억대 할인 분양까지 나서는 마당에 몇 푼 더 주고 말고의 차이가 있다기보다,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업계 전문가들인 중개사를 통해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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