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가족 - 이효영

한겨레 2023. 4. 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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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용서해야지, 한다 봄이 오면 버릇이다 놓아줘도 되지 봄이니까 그러나 한낮을 걸어도 마주치는 이 없으니 나 무엇을 용서할까 울고 떠난 나만 꽃잎으로 날린다 나로 분분한 봄이야 또 시작이야 내가 무릎을 꿇고 내가 감사하고 내가 노래한다 내가 음식을 차리고 내가 낭비한다 용서하고 싶은데, 용서할 놈이 어딨니 봄날은 작년처럼 환하여 나는 또 나를 보낼밖에

-이효영 시집 <당신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파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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