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당신의 강릉에서 당신의 바다를 바다(받아)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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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으로 이주한 건 바다 때문이었다.
강릉의 바다를 보러 온 당신이 자신의 바다를 간직한 채 이 책방에 들러주기를, 그리고 자신을 바다(받아)쓰고, 결국 자신의 고백을 완성하는 바다와 같은 공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당신의강릉에서는 그가 주워온 바다유리에 강릉의 바다와 벚꽂과 당신을 향한 문구를 담아 공예품으로 만들어 책을 사는 당신에게 증정한다.
그래서, 당신의강릉에서 책을 한 권 살 때마다 강릉의 바다가 아주 조금은 깨끗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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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으로 이주한 건 바다 때문이었다. 송정해변을 찾은 나의 7살, 4살 아이들은 바다를 마주하고 세상없이 뛰어놀았다. 그 모습을 보며 무언가 든든한 것이었다. 좋은 선생님께 아이들을 맡겨 놓은 기분. 부모는 그저 그들의 곁에 있기만 하면 되고 바다가 알아서 그들의 몸과 마음을 키워준다. 강릉 포남동에 문을 연 책방 ‘당신의강릉’은 그런 마음으로 만들었다. 사람에게는 자신의 바다가 필요한 법이다. 강릉의 바다를 보러 온 당신이 자신의 바다를 간직한 채 이 책방에 들러주기를, 그리고 자신을 바다(받아)쓰고, 결국 자신의 고백을 완성하는 바다와 같은 공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쉬기 위해 강릉에 오면 해야 할 일이 많다. 초당마을에 들러 순두부도 먹어야 하고, 가까운 해변에서 바다도 봐야 하고, 커피 거리에서 커피도 한잔 마셔야 하고, 솔길도 걸어야 한다. 그러나 잠시 시간을 내서, 강릉에 함께 온 사랑하는 사람과 당신의강릉을 찾으면 어떨까. 예약한 책방에서 몇 시간 동안 서로의 이야기를 받아쓰고, 책방 주인인 작가에게 피드백을 받고, 표지의 디자인도 고르고, 강릉에서 돌아가는 날 인쇄된 당신의 책을 받아가는 것이다. 아니면 그동안 쓴 글을 품에 안고 혼자 방문해 주어도 좋다. 당신의강릉은 당신의 글을 함께 책으로 만든다. 제작된 책은 서점에 진열하고 판매도 할 테니까 강릉의 어느 서점에 가면 나의 책을 살 수 있다고 강릉에 여행 갈 친구들에게 말해 주면 된다. 6월부터는 책방을 예약한 사람에 한해서 숙박 예약도 가능하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는 강원 지역의 중고등학생이라면 언제든 서점을 찾아주면 좋겠다. 자신이 쓴 글을 가져오면 언제든 무료로 상담한다. 강릉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서점을 운영하면서 지역에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서 하는 일이기도 하고,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던 나의 고등학교 시절 누군가가 내 글 한번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떠올라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책방이라는 본령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책을 팔아야 한다. 책이라는 물건은 도서정가제에 따라 어디에서 사든 그만인 물건이 되었고 10% 할인해 주거나 당일배송까지 해 주는 대형서점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그러면 어떻게 이 작은 책방에서 책을 사야 할 이유를 만들 것인가. 그에 대한 답은 바다가 주었다. 어느 날 해변을 걷던 6살 아이가 “보석을 주웠어” 하고는 손을 펴 내밀었다. 거기엔 반짝이는 보석 같은 게 정말 있었다. 우리가 버린 깨진 유리병이 바다에 마모되어 작은 보석처럼 변한, 바다유리라고 했다. 그날부터 아이의 취미는 바다유리를 줍는 일이 되었다. 그게 수백 개쯤 모였을 때 아이의 손에 쓰레기 봉지 하나를 들려주었다. “린아, 바다에서 얻는 게 있으면 바다에 주는 게 있어야 해.” 그는 이제 바다유리를 주울 때마다 쓰레기 봉지 하나를 가득 채운다. 당신의강릉에서는 그가 주워온 바다유리에 강릉의 바다와 벚꽂과 당신을 향한 문구를 담아 공예품으로 만들어 책을 사는 당신에게 증정한다. 그래서, 당신의강릉에서 책을 한 권 살 때마다 강릉의 바다가 아주 조금은 깨끗해진다.
강릉에 이주한 지 3년이 되어 간다. 책방은 올해 4월에 문을 열었다. 아이들은 조금씩 자신의 바다를 찾고 있는 듯하다. 당신의강릉이 당신의 바다를 찾고 받아쓸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당신을 기다린다.
강릉/글 김민섭 당신의강릉 책방지기, 사진 김지은 당신의강릉 매니저
당신의강릉
강원도 강릉시 보래미하길 43번길 18
instagram.com/gangneung_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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