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강의로 맺은 아름다운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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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하며 살아온 지도 수십년이 지났다.
강의하는 사람에게는 이게 충전 에너지다.
그런데 1년쯤 지나 모 군단사령부에서 강의 요청이 있어 달려갔다가 그 장군을 다시 만났다.
"좋은 강의를 해주신 덕분에 제가 잘 활용해서 이렇게 대장까지 승진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더이상 진급할 일이 없으니 전역한 후 사회에서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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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 박수·함성에 기운받아
예전 전방 사단장과의 인연
합참의장 발령까지 이어져
학연·지연·혈연보다 소중한
강의가 맺은 아름다운 ‘강연’
강의를 하며 살아온 지도 수십년이 지났다. 기업 초청 강의가 제일 많았고 관공서나 각종 사회단체에서도 강의를 많이 했다. 특히 군부대 초청 강의는 만사 제치고 달려갔다.
나는 군 생활을 공군에서 했지만 육해공군·해병대 군부대에서 강의 요청이 오면 최우선으로 강의를 다녔다. 전후방 부대에서 나라를 지키는 국군 장병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는 일이 애국하는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심지어 군부대에서 강의 요청이 오면 기존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달려갔다.
군부대에서 강의할 때 가장 큰 기쁨은 장병들의 뜨거운 박수와 함성이다. 강의하는 사람에게는 이게 충전 에너지다. 군부대 강의를 다니며 많은 장병을 만났고 인연을 맺었다. 오래전 전방 사단에 강의하러 갔다가 강의 후 부대 식당에서 사단장과 식사를 했다.
“오늘 강의가 너무 좋아서 메모를 많이 했습니다. 앞으로 부대 운영에 잘 활용하겠습니다. 혹시 제가 승진해서 다른 부대로 가면 다시 초청할 테니 꼭 와서 좋은 강의를 해주세요.”
사단장이 이런 말을 하기에 그날 강의에 대한 칭찬과 덕담으로 여겼던 것 같다. 그런데 1년쯤 지나 모 군단사령부에서 강의 요청이 있어 달려갔다가 그 장군을 다시 만났다.
“전에 전방 사단에 강의 오셨을 때 제가 승진해 부대를 옮기면 모시겠다고 했는데 기억하시겠습니까?”
3성 장군인 군단장이 이런 이야기를 하기에 비로소 기억이 떠올랐다. 그날도 강의 후 부대 식당에서 식사를 하였다.
“혹시 제가 승진해서 다른 부대로 옮기면 제일 먼저 초청할 테니 꼭 와주세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이분이 대장으로 승진해서 1군사령관이 되었고 곧바로 강의 초청 연락이 왔다.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달려갔다.
“좋은 강의를 해주신 덕분에 제가 잘 활용해서 이렇게 대장까지 승진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더이상 진급할 일이 없으니 전역한 후 사회에서 만나겠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또다시 강의할 일이 생겼다. 이분이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된 것이다. 한달 후쯤 부대에서 강의를 청하는 연락이 왔다. 기분 좋게 달려갔다. 그날도 강의를 하고 부사령관과 식사를 했다. 부사령관은 이제는 더이상 승진할 일도 없고 특별히 부대를 옮길 일도 없을 것 같으니 전역한 후에 만나자고 한다. 나는 이런 말을 하였다. “혹시 더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되면 불러주세요. 무조건 달려갑니다.”
그런데 다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분이 합참의장으로 발령이 난 것이다. 합참의장은 대한민국 군 서열 1위의 자리다. 뉴스를 보며 기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 얼마 후 합참에서 강의 요청이 왔다. 합참의장실에서 차를 마시며 사단장 시절부터 맺어온 오랜 인연을 떠올렸다. 강의로 맺은 아름다운 인연이다. 이분은 육해공군·해병대 장병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으며 맡은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전역했다.
얼마 전 이분을 만나 식사를 같이했다. 정OO 예비역 대장이다. 부대장 시절 들었던 강의 내용까지 기억하고 들려줘 다시 감동했다. 모든 것이 인연이다. 흔히 지연·혈연·학연을 3대 인연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인연이 하나 더 있다. 강의로 맺어진 아름다운 인연 ‘강연(講緣)’이다.
나는 좋은 강의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강의를 한다. 이게 강사에게는 업의 정신이다. 그리고 평생 강의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선물이 따라온다. 강의로 맺은 좋은 인연 ‘강연’이다.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강의를 준비한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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