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명랑함이 무기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나이가 들면 과거에 약점이었던 것이 장점으로 인정받고, 매력으로 평가받던 면이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질리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러나 명랑하고 잘 웃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 곁에 두면 된다.
나쁜 친구를 만나 범죄에 물이 들듯이 밝은 성격의 사람들을 만나면 점점 환하고 맑게 물들어간다.
나도 내 주변에 항상 함께 웃어주고 서로 다독거리는 친구들 덕분에 서로 환한 빛깔을 물들여가며 명랑함을 유지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과거에 약점이었던 것이 장점으로 인정받고, 매력으로 평가받던 면이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질리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는 것을 발견한다.
어린 시절에 나는 내가 못마땅했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명랑하고 잘 웃는 성격과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떤 일에도 웃음 포인트를 감지하고 큰소리로 웃고 (박수까지 치면서) 재밌는 말을 들으면 사명감을 갖고 주변에 전했다.
그래서 “여자가 왜 그렇게 큰 소리로 웃냐” “그게 그렇게 웃을 일이니?” 등의 질책을 받기도 했다. 나의 성장기인 1970∼1980년대에는 우수에 찬 그윽한 눈빛, 속삭이는 듯한 조용한 목소리, 차분하고 조신한 태도, 정말 재밌는 말을 들어도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우아한 여자들이 인기였다. 사실 시대를 불문하고 잘 웃는 여자보다는 잘 우는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보호본능을 자극해 사랑받았다.
나는 모욕을 당하거나 실수를 해도 내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학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입맛이 떨어진다거나 먹다가 체하는 일이 거의 없다. 억울함과 막막함에 자다가 벌떡 깨는 일도 없다. 천둥 번개가 쳐도 언젠가는 그치고 비온 뒤에 무지개가 뜨고 긴 터널을 지나면 결국 밝은 곳으로 나간다는 것을 알기에 회복탄력성도 강하다.
이처럼 대책 없는 명랑함과 날씨에 상관없이 화창한 성격은 나이가 들수록 나의 생존 무기이자 장점으로 변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어두운 면보다 밝은 면을 찾아내며 입버릇처럼 “그래도 다행이다”란 말을 하면서 금방 키드득대는 태도를 지인들도 부러워하기 시작했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맞장구치며 잘 웃어주고 내가 듣고 본 재미있는 이야기를 잘 전해주니 각종 모임에 자주 불러준다. 늘 불평불만이 많고 수시로 징징대고 항상 어두운 표정을 짓는 친구들은 아무리 예쁘고 명품을 휘감아도 30분 이상 같이 있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죽는 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기에 지금 명랑하게 살라. 시간은 한정돼 있기에 기회는 늘 지금이다. 울부짖는 일 따위는 오페라 가수에게나 맡겨라!”
늘 고뇌를 강조하고 지독한 냉소주의자였던 철학자 니체도 ‘명랑’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타고난 유전자나 성격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명랑하고 잘 웃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 곁에 두면 된다. 나쁜 친구를 만나 범죄에 물이 들듯이 밝은 성격의 사람들을 만나면 점점 환하고 맑게 물들어간다. 나도 내 주변에 항상 함께 웃어주고 서로 다독거리는 친구들 덕분에 서로 환한 빛깔을 물들여가며 명랑함을 유지한다. 행복하고 축하할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일에도 미소 짓기 시작하면 점점 웃을 일이 많아진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에는 ‘최후에 웃는 자가 승리자다’란 표어가 걸려 있었다. 온갖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 마지막 승리 트로피의 주인공이 되라는 의미일 게다. 그런데 60년 이상을 살아보니 오로지 승리를 위해 꾹꾹 참기만 하다가 나중에 웃는 승리자보다 매일 자주 웃는 사람, 즐거운 기억을 많이 만드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 죽기 직전에 받을 트로피를 위해 지금의 명랑함을 포기하지 않겠다.
유인경 방송인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