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처 구하고 유족과 합의해도 처벌…경영책임자 범위 논란 불붙을듯
이전엔 대부분 현장소장만 벌금형…'처벌 대상·수위확대' 법 취지 반영
법인 대표까지vs그룹 회장까지…경영책임자 범위 놓고 의견차 커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위반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유죄’로 나오면서 대표이사 등 경영 책임자도 중대재해 발생 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걸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중대재해 사고 이후 사고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고, 유족과 합의해도 대표이사에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선례가 생겼다는 점에 주목했다. 법의 처벌 대상인 경영책임자의 범위 논란은 다가올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재판에서 불이 붙을 전망이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6일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에 벌금 3000만원을, 회사 대표에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안전관리자인 현장소장에 벌금 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중대재해법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CEO)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법정형은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이다. 지금까지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14건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은 중대재해법이 지난해 1월 27일 시행된 후 첫 판결이다. 온유파트너스와 이 회사 대표 등은 지난해 5월 14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요양병원 증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하청노동자 추락 사고와 관련해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이행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고로 숨졌을 때 현장소장에 그쳤던 처벌 대상이 대표이사로 확대한다는 중대재해법의 기본 취지를 충실하게 반영했다는 평가했다. 그동안 중대재해 사고에 적용되던 산업안전보건법은 현장소장이 잘못을 인정하고, 유족과 합의하면 벌금 500만원 내외의 선고를 받았다. 또 잘못을 인정하고, 유족과 합의했는데도 대표이사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는 점에도 큰 의미를 뒀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앞으로 이어질 중대재해법 재판에 참고할 만한 기준이 될 것으로 봤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에는 원청 사업주가 직접 공사장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기에 모든 책임을 하청업체에 물었다”며 “그러나 중대재해법은 원청이 하청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책임을 진다는 조문을 넣었고, 이번 판결은 법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중대재해센터장도 “검찰의 구형 자체가 법인에 벌금 1억 5000만원과 대표에게 2년의 징역형이었기 때문에 징역 1년 6월과 집행유예 3년이라는 결과는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은 판결”이라며 “앞으로 중대재해 판결은 세부 사항에 따라 이날 형량의 6개월 내외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삼표그룹 회장 사건에 이목 집중…“그룹 회장 책임지면 대표는 허수아비”
이번 판결은 향후 다른 재판과 중대재해법 개정 논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으로 이어질 중대재해법 판결 중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건 ‘중대재해 1호 사건’인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재판이다. 지난달 31일 검찰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정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법 시행 후 첫 사고이자 3명의 근로자가 숨진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의 책임이 삼표산업의 대표이사가 아닌 삼표그룹의 정 회장에게 있다고 본 이례적 판단이다. 특히 정 회장이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혐의를 적극 부인할 것으로 보여 판결까지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정도원 회장 재판의 쟁점은 중대재해법이 처벌하는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다. 중대재해법 상 경영책임자로 해석될 수 있는 건 크게 3명이다. 정 회장과 같은 그룹의 회장이거나, 그룹 소속 법인의 대표이사거나, 법인 내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 등이다. 일각에선 CSO를 선임하면 대표이사는 중대재해법 상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 있지만, 고용부와 검찰은 CSO를 선임했다는 이유만으로 대표이사가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해설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고용부와 검찰은 그룹의 회장도 기소될 수 있다고 전부터 주장해왔지만, 현실적으로 수 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의 회장을 한 법인의 경영책임자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모든 그룹의 회장이 경영책임자라면 각 법인의 대표이사는 모두 허수아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최정훈 (hoonis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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