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안 하길 잘했네" KBO 역수출, 인성 칭찬까지…감독도 고마워했다
[OSEN=이상학 기자] KBO리그 두산 베어스 출신 우완 투수 크리스 플렉센(29·시애틀 매리너스)이 실력과 함께 인성도 인정받았다. 지난겨울 플렉센을 트레이드하지 않은 시애틀의 결정이 ‘올바른 선택’으로 평가받고 있다.
플렉센은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5이닝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시애틀 타선이 상대 선발 오타니 쇼헤이에게 막히면서 팀이 3-4로 졌고, 플렉센도 첫 패를 당했지만 의미 있는 호투였다. 최고 93.9마일(151.1km) 포심 패스트볼(47개) 중심으로 커터(21개), 체인지업(13개), 슬라이더(8개), 싱커(2개)를 효과적으로 구사했다.
플렉센은 지난해 7월까지 20경기(111이닝) 7승8패 평균자책점 3.73으로 준수한 활약을 했지만 8월부터 불펜으로 보직을 옮겼다. 7월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시애틀이 특급 선발 루이스 카스티요를 영입하면서 불똥이 플렉센에게 튀었다. 시애틀은 로비 레이, 마르코 곤잘레스와 함께 영건 로건 길버트, 조지 커비가 성장을 거듭하면서 플렉센의 선발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시애틀이 9월말 카스티요와 5년 1억8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하면서 플렉센은 트레이드 카드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연봉 800만 달러로 불펜으로 쓰기에 비싼 투수가 됐지만 시애틀은 플렉센을 트레이드하지 않았다. 불펜 롱릴리프이자 대체 선발로 준비했고, 레이가 개막전 등판 후 왼팔 굴곡근 염좌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4월 초반부터 선발 기회가 왔다. 개막전이었던 지난 1일 개막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 구원 4이닝 1실점에 이어 이날 첫 선발 경기 5이닝 2실점으로 플렉센은 시즌 평균자책점 3.00을 마크했다.
지역지 ‘시애틀 타임스’는 ‘지난 오프시즌과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 플렉센을 트레이드하지 않은 시애틀의 결정이 올바른 결정이라는 게 입증됐다’며 ‘올 봄 시범경기에서 플렉센은 5번의 선발등판 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65로 뛰어난 성적을 냈지만 지난해 마지막처럼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트레이드를 요구하거나 입을 삐죽거리는 타입이 아니다’고 묵묵히 역할을 받아들인 플렉센을 조명했다.
스캇 서비스 시애틀 감독은 “플렉센은 스프링 트레이닝 첫 날부터 올바른 마음가짐을 유지했다. 우리는 만약의 상황이 나오면 그를 선발로 기용할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스프링 트레이닝이 끝나기 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플렉센은 불펜 역할을 이해했다”고 고마워하며 “오늘 플렉센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정확히 했다. 아주 멋진 투구를 했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경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플렉센은 “불펜이든 선발이든 나의 역할을 변하지 않는다. 팀이 경기에서 이길 수 있게 돕는 게 나의 역할이다”며 “다시 선발로 던질 수 있어 좋았지만 동료 선수가 다쳐서 기회를 얻게 된 것은 아쉽다. 시즌 초반부터 동료 선수가 부상으로 빠지는 것을 보면 씁쓸하다”는 말로 레이의 부상 쾌유도 바랐다.
지난 2017~2019년 뉴욕 메츠에서 ‘실패한 유망주’였던 플렉센은 2020년 한국에서도 1년을 뛰었다. 두산 소속으로 허벅지, 발 부상으로 풀타임은 소화하진 못했지만 21경기(116⅔이닝) 8승4패 평균자책점 3.01 탈삼진 132개로 투구 내용은 좋았다. 특히 포스트시즌 5경기(28⅓이닝) 2승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1.91 탈삼진 32개로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빅리그 복귀에 성공했다.
그해 시즌을 마친 뒤 시애틀과 2년 보장 475만 달러 메이저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2년간 총 317⅓이닝을 던지며 300이닝 옵션을 충족, 올해 연봉 800만 달러 베스팅 옵션이 자동 실행됐다. 시애틀에서 3년간 최대 1275만 달러를 다 받게 된 것이다. 고액 연봉 반열에 올라 불펜으로만 쓰기에는 아까운 투수가 됐고, 지난겨울부터 트레이드설이 끊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시애틀에 남아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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