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흙수저 아이돌은 안 된다?…피프티 피프티, 중소 기획사의 역습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K팝 쩐의 전쟁통'에 중소 기획사가 허덕이고 있다. 자본력에 따라 성패가 판가름 나면서, 가요계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가 심화되기 때문이다.
요즘의 K팝 시장은 '억' 소리에서 그치지 않는다. 카카오가 SM 최대 주주로 올라서기 위해 쓴 비용은 이미 1조를 넘었다. 이런 '머니게임'에서 중소 기획사 아이돌이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현재도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들이 K팝 시장을 대부분을 장악한바다. 거대한 자금력에 선진화된 시스템 등을 갖춘 대형 기획사는 계속해서 몸집을 불리고 있지만, 중소 기획사의 한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원조 중소돌' 방탄소년단의 성공과 K팝의 글로벌화로, 중소 기획사의 장밋빛 미래가 점쳐졌다. 그러나 오히려 K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소비자의 기준도 높아졌고, 이 눈높이에 맞춰 음반을 제작하려면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해졌다. 여기에 글로벌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 비용 규모도 만만치 않아, 중소 기획사에는 냉혹한 현실이 된 모양새다.
대형 기획사가 가지고 있는 '네임 밸류'도 또 다른 장벽이다. 이미 다양한 스타들이 누적돼 IP와 커리어를 확보한 대형 기획사는 '초짜 신인'을 내놓아도 인지도를 쉽게 얻는다. 정식 데뷔도 하기 전에 'SM 연습생', '하이브 연습생'이라면, 대중의 주목을 금방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 소속 아티스트 간 유대감 형성에도 유리해, 팬들로 하여금 '인기 대물림'도 수월하다.
이에 자본력이나 네임밸류가 비교적 약한 중소 기획사가 일어설 기회는 점점 줄고 있다. 물론 중소 기획사가 성공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지만, 이 성공을 위해 비집고 들어갈 만한 틈이 바늘구멍이다. 실제로 지난해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 등 대형 소속사 걸그룹이 큰 인기를 누렸지만, 버가부 밴디트 핫이슈 블링블링 등 중소 기획사 걸그룹들은 표준계약서에 따른 전속 계약 7년을 채우지도 못하고 해체했다.
K팝 글로벌 호황 속에도 그림자가 거뭇하게 존재한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신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는 중소 기획사들에 희망의 빛줄기다. 데뷔 약 4개월 만에 미국 빌보드, 영국 오피셜 등 글로벌 차트를 장악, '중소돌'의 기적을 보여주고 있다.
피프티 피프티가 지난 2월 발표한 노래 '큐피드'는 4월 1일자 빌보드 메인 차트 '핫 100'에서 100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피프티 피프티는 국내 가수 중 가장 빨리 '핫 100'에 진입한 그룹이 됐다. 이는 피프티 피프티가 중소 기획사 소속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앞서 '핫 100'에 진입한 가수들은 원더걸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트와이스 뉴진스 등으로, JYP YG 하이브 등 대형 상장사 소속 아티스트다.
특히 하이브 산하 어도어 레이블의 뉴진스의 기록(데뷔 6개월만 '핫 100' 진입)을 2개월이나 앞당겨 깨, 놀라움을 산다. 뉴진스는 소속사 선배인 방탄소년단 후광을 어느 정도 받았지만, 피프티 피프티는 끌어줄 한솥밥 선배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4월 8일자 '핫 100'에서는 94위를 기록, 2주 연속 차트인에도 성공했다. 6계단이나 상승하며 인기 롱런에 시동을 건 것이다.
지난해 11월 데뷔한 피프티 피프티는 어트랙트 주식회사 소속 4인조 걸그룹이다. 어트랙트 주식회사는 2021년 만들어진 회사로, 소속 가수는 현재 피프티 피프티뿐이다. 물론 바비킴 하성운 유열 조관우 윤건 샵 윤미래 등을 배출해낸 전홍준 대표가 설립했지만, 거대한 자본으로 음반을 제작할 수 있는 대형 기획사와 결이 확실히 다르다.
피프티 피프티는 그 어렵다는 '중소의 기적'을 어떻게 일궈냈을까. 업계에서는 숏폼 플랫폼 '틱톡'이 피프티 피프티의 글로벌 인기 돛을 달아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큐피드'가 틱톡 챌린지로 흥하면서, 인기를 견인했다는 시선이다. 또 기본적으로 음악이 좋아, 호응을 얻었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큐피드'는 미니멀한 디스코 비트와 샹송을 연상케 하는 레트로 풍 감성의 선율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이지리스닝 팝이다.
김성대 대중음악 평론가는 "가수가 작품을 내거나 데뷔를 할 때 알려져야 하는데, 이 프로모션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중소 기획사는 자본 문제에서 대형 기획사에 밀릴 수밖에 없다. 이건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다. 그런 면에서 피프티 피프티의 성공은 프로모션 전략보다는 결국은 좋은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대형 기획사의 마케팅을 이길 수 없으니, 차라리 음악이라는 본질에 집중한 것 같다. 물론 틱톡 챌린지에서 흥하기도 했지만, 이것이 폭발하기 위한 전제는 좋은 음악이다"고 봤다.
그러면서 오히려 '대형'과 '중소'를 나눈 것은 대중의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피프티 피프티가 해외 차트에서는 성적이 좋지만, 국내 차트에서 다소 주춤한 것 역시 '중소돌'에 대한 선입견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김 평론가는 "중소 기획사 출신 아이돌을 보는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대형 기획사에서 나오면 음악적 수준이 높을 것 같고 좀 더 잘할 것 같다는 인식이 있다. 이건 사실 사회적 분위기와 매치되는데 대기업과 중소회사의 싸움과 같다. 사실 해외 팬들은 크게 신경 안 쓴다. 유튜브 댓글을 보면 해외 팬들은 대형이니 중소니 관심이 없다. 음악이 좋다거나, 보컬 화음, 랩, 안무를 칭찬하는 글이다"고 했다.
피프티 피프티처럼 '중소의 기적'이 계속해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중가요 전문가들과 정부의 관심도 당부했다. 김 평론가는 "음악 팬, 가요 기자, 저 같은 평론가 등이 능동적일 필요가 있다. 중소 기획사가 일어나고, 좋은 음악을 발굴하는데 적극적이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도 빌보드 1위라는 결과만 취하지 않고, 이 결과까지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으면 한다. 알릴 기회가 부족한 중소 기획사를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알려지지 않으면 묻혀버린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면 중소 기획사도 음악만을 가지고도 평행선에서 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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