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순신 아들 학폭기록 삭제, 회의록 보니.... '초고속' 심의에 묻지마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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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생활기록부에 적힌 학교폭력 기록을 반포고가 삭제하는 과정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충분한 심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났다.
6일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반포고 학폭위 의결서 및 회의록'에 따르면, 아들 정군의 졸업 이틀 전인 2020년 1월 29일 학폭 기록의 삭제 여부를 심의하는 회의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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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 설명만 듣고 만장일치 삭제
민형배 의원 "위원들, 거수기 역할만"
14일 국회 청문회서 적절성 따질 듯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생활기록부에 적힌 학교폭력 기록을 반포고가 삭제하는 과정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충분한 심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났다. 반포고가 당사자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던 학폭위 회의록이 뒤늦게 국회에 제출되면서다. 해당 자료를 보면 학폭위 회의 자체가 매우 짧은 시간에 마무리됐고, 위원들은 학교 측 설명에만 의존한 채 만장일치로 강제전학 기록을 없앴다. 14일로 예정된 국회 '정순신 아들 학폭 진상조사' 청문회에서는 반포고 학폭위의 결정이 적절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6일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반포고 학폭위 의결서 및 회의록'에 따르면, 아들 정군의 졸업 이틀 전인 2020년 1월 29일 학폭 기록의 삭제 여부를 심의하는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는 전체 위원 9명 중 6명이 참석했다. 참석 위원은 반포고 교감과 교사, 외부전문가(경찰), 학부모 3명이었다. 학부모 중엔 변호사도 있었다.
민사고 시절 출석정지 7일 및 강제전학 처분을 받은 정군의 학폭 기록 삭제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현행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에는 학폭 가해 학생의 학생부에 적힌 학폭 관련 조치사항 중 출석정지(6호 조치)와 전학(8호)의 경우 △학생의 반성 정도 △긍정적 행동변화 정도를 고려해 졸업 직전 학폭위의 심의를 거쳐 삭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A4용지 3장 분량의 회의록을 보면 '졸속' 심의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이날 회의에서 학교 측 관계자들이 "학생이 '사건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충동적 행동을 자제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며 기록 삭제 의견을 내자,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학부모인 A 위원이 "학생이 반성하고, 반포고에서 문제없이 잘 적응했다면 학폭 기록을 삭제해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찬성 의견을 내고, 다른 위원들은 "이견이 없다"며 동의한 게 전부다. 나머지는 모두 학교 측의 경과보고 및 절차 설명으로 채워져 있었다.
학폭위 차원의 주도적인 검증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군의 반성 정도와 긍정적 행동변화를 판단하기 위한 참고자료인 담임교사 의견서는 네 문장 정도로 짧다. 앞서 정군은 2019년 3월 담임과의 상담에서 "피해 학생이 평소에 허물없이 장난처럼 하던 말들을 모두 '지속적인 학폭'으로 몰아 학폭위에 회부됐다"는 취지로 변명한 바 있다.
민 의원은 "회의록을 보면 위원들이 사전에 '기록 삭제'라는 답을 정해두고 형식적인 회의를 진행하며 거수기 역할만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A 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회의 상황에 대해 "기억할 수 없다"며 해명을 거부했다.
학폭위 심의가 요식 행위로 흐른 건 제도적 허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로선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화해 여부가 삭제의 요건이 아니다. 지난달 9일 열린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가해 기록 삭제는 화해와 치유의 과정이 전제돼야 의미가 있는데 피해자의 의사를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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