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지도부는 무대책, 의원은 공천 궁리… 텃밭 패인 묻자 “청주는 이겨”

박수찬 기자 2023. 4. 7.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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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1년 남았는데 비전 안보이는 여당
‘신문의 날’ 기념식서 만난 여야대표 - 국민의힘 김기현(왼쪽)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7회 신문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열린 전날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텃밭’인 울산 남구 기초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에 졌다. /뉴시스

4·5 재보궐 선거 다음 날인 6일 오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회의. 김기현 당대표 등 지도부 발언이 30분 가까이 이어졌지만 누구도 전날 선거 결과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최근 소속 인사들의 설화(舌禍)와 관련 “지금 당이 비상 상황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 장애 요인이 되면 누구든지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발언자 7명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기초의원 ‘텃밭’인 울산 남구에서 졌다는 지적에 김기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청주에서는 이겼다”고 했다. 경합지로 분류됐던 청주 시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데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내년 4·10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경고 카드’를 받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여당 지도부 주변에서는 오히려 “재보궐 규모가 크지 않다” “점검하고 내년 총선 준비는 지금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PK에서 이런 심상치 않은 상황이면 수도권에서는 강남도 안심 못 한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당의 혁신을 주도해야 할 초선 의원들 가운데선 비주류 김웅 의원 등을 제외하곤 재보궐 선거 결과에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었다. 지난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었던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 대해 초선 50여 명이 나 전 대표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렸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한 당직자는 “지도부는 대책이 없고, 의원들은 자기 공천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당이 민심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는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했다.

당 내부에선 울산 기초의원에 이어 울산 교육감에서 패배한 것에 대해서도 “심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022년 선출된 전임 교육감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치러진 울산교육감 보궐선거는 단일화를 통해 보수와 진보가 일대일로 맞붙었다. 대선 1년 후,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 보수 성향 후보의 지지세 변화는 총선 전초전 성격이란 것이다.

지난해 대선·지방선거와 4·5 재보궐 국민의힘·보수 득표율 비교

보수 후보로 나선 김주홍 후보는 유세 내내 선거운동 유니폼과 현수막 등에 여당을 떠올리게 하는 빨간색을 적극 사용하며 보수 성향이 짙은 지역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했지만 낙선했다. 1년 전 교육감 선거에도 나섰던 김 후보의 득표율은 1년 사이 45%에서 38%로 감소했다. 울산 정치권 관계자는 “진보 진영은 죽기 살기로 나서고 야권 성향이 강한 30~50대 투표 참여를 독려한 반면 보수 진영은 기존에 하던 대로 움직였다”고 했다.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진 전북 전주을의 경우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가 8% 득표에 그쳤다. 정운천 의원(비례)의 불출마 등 선거 준비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김 후보의 득표율이 그가 작년 6월 전주시장 선거에서 받은 15.5%에도 못 미치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선거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는 15% 이상 지지율이 나와야 험지 지역구에 도전하는 분위기가 생기는데 이런 분위기면 호남에서 누가 국민의힘으로 나오려 하겠느냐”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서진 정책’에도 이번 재선거가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최고위는 비공개 회의에서 전주을 지역구 당협위원장인 정운천 의원에 대한 인사 조치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관계자는 “지역에서도 정 의원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내용 등 여러 관련 민원이 당에 올라와, 보고됐다”고 했다. 당내에선 정 의원이 당협위원장직을 내놓을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 미루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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