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 정권 비리가 길 터준 통진당 부활, 존재감도 없는 與
5일 실시한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당선됐다. 진보당의 뿌리는 2014년 헌법재판소가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위헌 정당’이라고 판단해 강제 해산한 통합진보당(통진당)이다. 통진당은 유사시 우리 국가 기간 시설 타격을 모의한 반(反)대한민국 집단이다. 통진당 출신들은 당이 해산된 뒤 진보당을 만들었다. 김재연 전 통진당 의원이 진보당 대선 후보로 출마하는 등 진보당원 상당수가 통진당 출신이다. 강성희 당선인도 내란 선동 등 혐의로 복역한 이석기씨의 대학 후배이자 통진당 출신이다. 대한민국 전복을 시도했던 세력이 국회에 재진입한 것이다.
이 길을 열어준 게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다. 전주을 재선거는 민주당 이상직 전 의원이 자기 회사인 이스타항공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공금을 이용해 선거구민에게 선물을 돌리다 적발돼 의원직 상실형을 받아 치른 선거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과 계열사에서 555억원을 빼돌린 혐의, 자기 소유 태국 항공사에 문 전 대통령 사위 서모씨를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런 이 전 의원에게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장,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시켰다. 지난 총선에선 민주당 공천으로 국회의원까지 만들어줬다.
문 전 대통령은 통진당 해산 심판에서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던 김이수 전 재판관을 헌재 소장에 지명하기도 했다.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해 낙마했지만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다. 또 이석기 석방을 주장한 사람을 청와대 비서관에 임명하고 결국 형기를 다 채우지 않은 이씨를 가석방했다. 진보당은 “사면이 아니라 가석방이란 점에 분노한다”고 오히려 화를 냈다.
통진당 세력의 활동도 과감해졌다. 최근 적발된 제주 간첩단 총책 강모씨도 통진당 출신 진보당원이다. 문 정부 시절이던 2017년 7월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 후 지난해 11월까지 북 지령을 13건 수령하고 대북 보고문을 14건 작성했다. 서울시에서 지원받은 돈으로 친북 강연을 연 ‘촛불중고생시민연대’ 대표도 통진당 출신이다.
강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과 한 몸처럼 행동했다. 민주당이 불공천 결정을 내리자 ‘고맙습니다 민주당’이라고 적은 현수막을 내걸고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 반대 시위를 벌였다. 민주당은 2012년 총선 당시 선거 연대를 통해 통진당에 13석을 몰아줘 ‘종북 숙주’란 말을 들었다. 내년 총선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국민의힘 후보는 전주에서 윤석열 대통령 대선 득표율(15%)의 절반밖에 못 얻으며 5위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강하다는 울산에서도 교육감을 진보 후보에게 내주고 기초의원 선거도 패했다. 설화와 분란으로 지리멸렬한 당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국회 장악 야당은 종북 세력 부활에 길을 터주고, 이를 막아야 할 여당은 존재감도 없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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