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온 사회에 전방위로 파고드는 마약, 마약수사청 검토할 때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필로폰 등이 섞인 음료를 집중력 강화에 좋다고 속여 시음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협박을 위한 범죄였지만 그만큼 마약이 흔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기업인, 연예인의 마약 사건은 끊임없고, 지난달엔 14세 여중생이 필로폰을 투약한 뒤 실신한 사건도 있었다. 검경 단속을 비웃듯 지금도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마약 판매 광고가 버젓이 올라 있다. 마약 인증샷을 올리는 구매자들도 있다. 수사 기관이 압수한 마약도 2021년 1295.7㎏으로 5년 만에 8배 급증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20·30대는 물론 10대 청소년 마약 사범이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해 경찰에 적발된 10대 마약사범은 294명으로 4년 전보다 3배가량 늘었다. 국가적 비상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사 역량은 마약 온라인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현재 마약 밀수와 대규모 유통 범죄는 검찰이, 투약 사범과 소규모 유통 범죄는 경찰이, 국내로 밀반입되는 마약은 관세청이, 해상 마약사범 단속은 해경이 수사한다.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정보 공유는 물론이고 신종 마약 범죄에 기민하게 대응하기도 어렵다.
이제는 마약 수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마약수사청’ 설립을 검토할 때가 됐다. 미국 마약청(DEA)이 모델이 될 수 있다. 미 DEA는 법무부 직할로 마약 범죄 단속의 모범으로 꼽히고 있다. 이 방안은 문재인 정권 때도 제안됐지만 검찰 수사권 분산에 밀려 무산됐다. 인사·예산을 독립시키면 검찰의 수사권 집중 문제도 없다. 정파를 따질 일도 아니다. 정부와 국회 모두 마약수사청 설립을 적극 검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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