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환자에게 20여 명이 달려오는 나라[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2023. 4. 7. 03:03
최근 지인들과 자전거를 타고 경기 남양주시 능내역 인근을 지나가다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역 근처로 몰려드는 모습을 봤다. 가까이 가 보니 한 여성이 자전거를 타다가 잘못해 계단으로 굴러떨어져 쓰러져 있었다. 그곳에 먼저 도착해 응급처치를 도왔던 최재완 센트럴서울안과 원장에 따르면 심하게 다친 그녀는 정신을 잃었고, 쓰러진 뒤에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다. 다행히 신속한 신고로 119구급대가 10분 내 도착했다.
그 현장에 119구급대원은 모두 3명이 왔다. 환자를 눕힌 들것을 3명이 옮겨가기엔 부담이 됐는지 주위에 있던 한 남성에게 이송을 도와줄 것을 부탁했다. 환자가 떠난 자리엔 그의 자전거가 뒹굴고 있었다.
당시 현장에서 환자가 쓰러진 것을 보고 구급대에 실리기까지 지켜본 최 원장은 2017년 가족여행으로 일본 교토 인근 아라시야마 몽키파크 전망대에 갔을 때를 떠올렸다. 가족여행에서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낮 12시 37분경 최 원장의 아버지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심장에 문제가 있음을 직감한 최 원장은 3분간 직접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흉부 압박과 기도 호흡에도 맥박이 잡히지 않았고 아버지는 점점 괴로워했다고 한다.
3분이 지난 12시 40분경, 전망대에 근무하던 현장 직원이 제세동기를 들고 달려왔다. 바로 익숙하게 작동했다. 1차 충격에도 맥박은 돌아오지 않았다. 12시 45분, 2차 충격을 통해 다행히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최 원장은 직원의 현장 대응이 너무 침착해 놀랐다고 한다.
10분이 지난 12시 55분 구급대원 20여 명이 도착했다. 몽키파크 전망대는 주차장에서 15분이 걸린다. 그런데 아버지가 쓰러진 지 18분 만에 구급차가 도착했다. 인원도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힘든 규모였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동원되는 이유는 사고 발생 장소가 관광지여서 환자의 빠른 이송을 위해 길을 틔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응급구조팀 1명은 환자가 내려갈 길을 맨 앞에서 앞서가면서 확성기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음을 알리는 길잡이 역할을 했다. 들것을 드는 사람 총 4명과 바로 뒤에 심전도 모니터링 장비를 들고 있는 사람 1명, 모니터링을 하는 사람 1명, 응급 장비를 들고 있는 사람 1명이 한 팀을 이뤄 이동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가는 4명은 일정 거리를 이동한 뒤에 들것을 들고 있는 4명과 임무를 교대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후 따라가는 3∼5명 정도의 인원은 사고 현장 뒷수습과 보호자 안정 및 안내 등 개별적으로 분담된 업무를 맡았다.
구급대원 규모와 체계적인 업무 분담에도 놀랐지만 더 놀란 것은 그 이후였다. 최 원장은 아버지와 함께 구급차를 타고 교토 제2적십자병원으로 이동했다. 어머니와 자녀들은 응급구조팀이 가져온 별도의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외국에서 갑작스러운 사고로 충격을 받은 가족들을 배려한 조치였다.
병원에 도착하니 이미 심장내과 전문의가 최 원장 아버지의 상태를 알고 대기하고 있었다. 병원 도착 이후 수술 준비와 막힌 심장 혈관을 뚫는 심장 스텐트 수술까지 마무리되는 데 대략 2시간 정도 걸렸다.
만약에 최 원장의 아버지가 우리나라에서 쓰러졌다면 어땠을까. “아찔할 뿐”이라고 최 원장은 말했다. 현장에서 전망대 직원이 사고 발생 시 상황을 완전하게 통제하고 응급구조 연결부터 제세동기 작동에 이르는 과정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었다. 응급구조팀은 각각 역할이 매우 세분돼 있었다. 또 응급구조팀이 환자 이송 단계에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응급 연락망을 활용해 어느 병원에 스텐트 수술이 가능한지 확인한 뒤 이송시켰다. 환자 도착 전에 상태를 이미 파악한 병원은 즉각 심장 스텐트 수술을 했다.
최근 정부가 응급환자가 응급실에 들어가지 못해 뺑뺑이를 도는 이른바 응급환자 ‘표류’를 막기 위해 중증응급의료센터를 확충한다고 했다. 그런데 중증응급의료센터만 늘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의료진의 충분한 확보가 우선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심폐소생술과 제세동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교육이 확산돼야 한다.
또 현장에서 구급대원이 경증과 중증을 파악하고 중증응급의료센터엔 중증 환자만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증 환자들은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등으로 이송해야 한다. 여전히 우리나라 문화에선 부모나 아이가 아프면 무조건 큰 병원으로 가곤 하는데 정말 위중한 환자들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응급구조사가 응급환자에게 사고 현장에서조차 심전도 측정을 할 수 없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바뀌어야 한다. 현재는 직역 간 문제로 인해 여전히 응급구조사는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돼 있다. 철저히 환자 입장에서 응급 시스템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 현장에 119구급대원은 모두 3명이 왔다. 환자를 눕힌 들것을 3명이 옮겨가기엔 부담이 됐는지 주위에 있던 한 남성에게 이송을 도와줄 것을 부탁했다. 환자가 떠난 자리엔 그의 자전거가 뒹굴고 있었다.
당시 현장에서 환자가 쓰러진 것을 보고 구급대에 실리기까지 지켜본 최 원장은 2017년 가족여행으로 일본 교토 인근 아라시야마 몽키파크 전망대에 갔을 때를 떠올렸다. 가족여행에서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낮 12시 37분경 최 원장의 아버지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심장에 문제가 있음을 직감한 최 원장은 3분간 직접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흉부 압박과 기도 호흡에도 맥박이 잡히지 않았고 아버지는 점점 괴로워했다고 한다.
3분이 지난 12시 40분경, 전망대에 근무하던 현장 직원이 제세동기를 들고 달려왔다. 바로 익숙하게 작동했다. 1차 충격에도 맥박은 돌아오지 않았다. 12시 45분, 2차 충격을 통해 다행히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최 원장은 직원의 현장 대응이 너무 침착해 놀랐다고 한다.
10분이 지난 12시 55분 구급대원 20여 명이 도착했다. 몽키파크 전망대는 주차장에서 15분이 걸린다. 그런데 아버지가 쓰러진 지 18분 만에 구급차가 도착했다. 인원도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힘든 규모였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동원되는 이유는 사고 발생 장소가 관광지여서 환자의 빠른 이송을 위해 길을 틔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응급구조팀 1명은 환자가 내려갈 길을 맨 앞에서 앞서가면서 확성기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음을 알리는 길잡이 역할을 했다. 들것을 드는 사람 총 4명과 바로 뒤에 심전도 모니터링 장비를 들고 있는 사람 1명, 모니터링을 하는 사람 1명, 응급 장비를 들고 있는 사람 1명이 한 팀을 이뤄 이동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가는 4명은 일정 거리를 이동한 뒤에 들것을 들고 있는 4명과 임무를 교대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후 따라가는 3∼5명 정도의 인원은 사고 현장 뒷수습과 보호자 안정 및 안내 등 개별적으로 분담된 업무를 맡았다.
구급대원 규모와 체계적인 업무 분담에도 놀랐지만 더 놀란 것은 그 이후였다. 최 원장은 아버지와 함께 구급차를 타고 교토 제2적십자병원으로 이동했다. 어머니와 자녀들은 응급구조팀이 가져온 별도의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외국에서 갑작스러운 사고로 충격을 받은 가족들을 배려한 조치였다.
병원에 도착하니 이미 심장내과 전문의가 최 원장 아버지의 상태를 알고 대기하고 있었다. 병원 도착 이후 수술 준비와 막힌 심장 혈관을 뚫는 심장 스텐트 수술까지 마무리되는 데 대략 2시간 정도 걸렸다.
만약에 최 원장의 아버지가 우리나라에서 쓰러졌다면 어땠을까. “아찔할 뿐”이라고 최 원장은 말했다. 현장에서 전망대 직원이 사고 발생 시 상황을 완전하게 통제하고 응급구조 연결부터 제세동기 작동에 이르는 과정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었다. 응급구조팀은 각각 역할이 매우 세분돼 있었다. 또 응급구조팀이 환자 이송 단계에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응급 연락망을 활용해 어느 병원에 스텐트 수술이 가능한지 확인한 뒤 이송시켰다. 환자 도착 전에 상태를 이미 파악한 병원은 즉각 심장 스텐트 수술을 했다.
최근 정부가 응급환자가 응급실에 들어가지 못해 뺑뺑이를 도는 이른바 응급환자 ‘표류’를 막기 위해 중증응급의료센터를 확충한다고 했다. 그런데 중증응급의료센터만 늘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의료진의 충분한 확보가 우선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심폐소생술과 제세동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교육이 확산돼야 한다.
또 현장에서 구급대원이 경증과 중증을 파악하고 중증응급의료센터엔 중증 환자만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증 환자들은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등으로 이송해야 한다. 여전히 우리나라 문화에선 부모나 아이가 아프면 무조건 큰 병원으로 가곤 하는데 정말 위중한 환자들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응급구조사가 응급환자에게 사고 현장에서조차 심전도 측정을 할 수 없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바뀌어야 한다. 현재는 직역 간 문제로 인해 여전히 응급구조사는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돼 있다. 철저히 환자 입장에서 응급 시스템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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