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대통령 머그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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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그샷은 범인을 식별하기 위해 구금 과정에서 촬영하는 얼굴 사진(Police Photograph)의 은어다.
미국 전직 대통령 트럼프 머그샷은 그래서 더 화제다.
머그샷의 얼굴 밑에 명판 문구는 '전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도널드 J.트럼프'다.
캠프 측은 지지자들에게 기부금 47달러(약 6만 원)를 내면 '대통령 머그샷' 티셔츠를 공짜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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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그샷은 범인을 식별하기 위해 구금 과정에서 촬영하는 얼굴 사진(Police Photograph)의 은어다. 18세기 유행했던 ‘얼굴(face)’의 속어 ‘머그(mug)’에서 유래했다. 컵의 일종인 머그잔에 얼굴 모양 부조를 장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19세기 미국 탐정 앨런 핑커턴이 현상수배 전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머그샷을 도입했다.
범인 체포 때 ‘면상’을 촬영해 공개하는 것이 ‘머그샷 제도’다. 미국이 대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정보의 자유법’에 따라 범죄 종류나 국적과 관계없이 경찰에 체포된 피의자 얼굴을 찍어 외부에 공개한다. 유럽에서는 용의자 머그샷을 언론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 4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안’에 따라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아 2021년 8월부터 이를 강제할 수 없도록 바꿨다.
머그샷이 공개되면 그 가족에게도 망신살이 뻗치기 마련이다. 속된 말로 ‘가문의 수치’다. 죄를 지은 사람이라도 자신의 얼굴이 세상에 알려지는 게 끔찍하다. 인간이라면 당연한 반응이다. 미국 전직 대통령 트럼프 머그샷은 그래서 더 화제다.
성추문 입막음을 위해 뒷돈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트럼프는 머그샷을 찍지도 않았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검찰과 트럼프 법무팀이 상호 조율한 결과다. 대신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머그샷을 ‘촬영’했다. 가짜 머그샷으로, 티셔츠에 박아 ‘공개’했다.
머그샷의 얼굴 밑에 명판 문구는 ‘전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도널드 J.트럼프’다. 이름 아래 찍힌 숫자가 더 눈길이 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인부절차’를 위해 법원에 출석한 날짜를 뜻하는 ‘04 04 2023’과 함께 ‘45-47’이 적혀 있다. 이는 45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트럼프가 “차기 47대 대통령이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캠프 측은 지지자들에게 기부금 47달러(약 6만 원)를 내면 ‘대통령 머그샷’ 티셔츠를 공짜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가짜 머그샷을 유포해 지지자를 결집시키며 선거에 활용하고 기부금도 모으는 기막한 수법이다. 선거 때면 난무하는 가짜 뉴스 선동을 능가하는 효과를 거둘지 두고 볼 일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첫 기소라는 불명예를 안은 트럼프의 역발상이 놀랄 따름이다.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지지한다는 ‘팬덤 세력’이 위력을 발휘하는 세상의 씁쓸한 풍경이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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