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서 300장 찰칵찰칵… 나라땅에 농사짓다 딱 걸렸네
‘윙’ 소리를 내며 날개 폭 1.25m짜리 주황색 드론(무인기)이 순식간에 50m 상공으로 치솟더니 지면 사진 300여 장을 드르륵 찍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오전 10시쯤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 안성맞춤 C구장.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강구진(48)·시지웅(29) 주무사원은 고정익(固定翼·동체에 날개가 고정된 비행체) 드론을 날리며 땅 사진 찍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캠코는 여의도 면적(2.9㎢)의 169배에 이르는 489.9㎢ 나라 땅(국유재산)을 관리하는 ‘땅 부자’다. 과거엔 사람이 일일이 돌아다니며 관리했지만 이제는 드론 부대를 활용해 스마트한 땅 관리를 하고 있다. 캠코는 “올 상반기 중 드론과 함께 인공위성 촬영 영상까지 활용해 땅 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 캠코 ‘드론 부대’ 국유지 관리 디지털 시스템 큰 효과… 막대한 시간·인력 절감
캠코는 2013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자치단체에 흩어져 있던 국유지를 한데 모아 전담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전국 곳곳에 퍼진 국유재산 땅만 72만8610필지(489.9㎢)에 이른다. 지역 주민들이 나라 땅에서 마구 밭농사 짓거나 비닐하우스를 세우는지 확인하고 관리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인력이 필요했다. 예전엔 사람이 일일이 발품 팔아 확인했기 때문이다. 강구진 사원은 “예전엔 직원 한 명이 종일 일해도 10필지 관리하기 벅찼다”고 했다.
그러나 2020년 ‘캠코형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가 시작되며 상황이 바뀌었다. 전국 땅 관리를 위해 고정익 드론 70대, 회전익 드론 57대 등 드론 총 127대를 갖춘 이른바 ‘드론 부대’가 태동했고, 여기에 인공지능(AI)까지 가세하자 위력은 막강했다. 한 대 4200만원짜리 고정익 드론은 1㎢ 땅 사진 300~400장을 순식간에 찍는다. 1회 평균 480필지까지 촬영한다. 캠코의 고정익 드론 보유 대수는 전국 공공기관 중 가장 많다.
◇전국 땅 관리 드론 127대… 효율 8배로
사진만 찍고 끝나는 게 아니다. 드론이 찍은 땅 사진은 실시간으로 캠코 영상 처리 시스템 서버로 보내져 영상 기울어짐과 같은 왜곡을 보정한 정사(正射) 영상이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캠코의 차세대 관리 시스템인 BPM(Business Process Management)의 AI 기술로 과거 사진과 분석·비교한다. 예컨대 드론이 찍은 땅에 예전엔 없던 비닐하우스가 발견됐다면, 지도상 빨간점을 찍어 그 리스트를 담당자에게 곧장 보낸다. 이런 식으로 필지당 조사 단가는 5290원(인력)에서 940원(드론)이 돼 6분의 1로 줄었고, 한 사람이 조사할 수 있는 필지는 약 8배 늘었다는 게 캠코 설명이다.
드론 부대의 힘으로 나라 땅을 몰래 쓰는 사람들 적발도 늘었다. 최근엔 전남 함평의 유휴 국유지를 몰래 참깨밭으로 일군 주민이 확인됐고, 전북 정읍에선 무단으로 지은 비닐하우스 네 동도 찾아냈다. 적발되면 변상금 부과 등의 조처가 이뤄진다. 무단 점유 확인 건수는 2018년 4만2810필지에서 2022년(8월까지)엔 5만9239필지까지 늘었다.
◇증강현실(AR)에, 인공위성 사진까지
캠코는 디지털 보폭을 더 넓힌다는 계획이다. 캠코는 지난달 28일 충남 아산 캠코 인재개발원에서 ‘제2차 국유재산 총조사’ 발대식을 열고 “이번 조사에선 최신 드론과 증강현실(AR)까지 활용한 IT를 접목해 조사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국유재산 총조사는 5년 주기로 실시하는 대규모 조사 사업이다. 이번에 처음 도입되는 AR 기술을 활용하면 길조차 제대로 없는 국유지를 정확하게 찾아가기 쉽다고 한다. 조사원들의 휴대폰에 국유지 지번을 입력하면, 목표 지역까지 정확하게 남은 직선거리 등이 안내된다. 올 상반기 중엔 드론 사진뿐 아니라 인공위성 촬영 영상까지 활용해 조사 정밀도도 높일 계획이다.
이렇게 조사해 찾은 놀고 있거나 덜 활용되는 나라 땅은 빌려주거나 팔아 재정 수입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캠코는 2018년 국유재산 총조사 때 문제가 발견된 약 6만4000필지 가운데 일부를 매각·대부해 총 572억원의 재정 수입을 만들었다. 권남주 캠코 사장은 “이번 국유재산 총조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국가 재정 수입과 민간 경제 선순환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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