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는 못 나와도… ‘중소형 공모주’ 열기는 뜨겁다
작년 고금리와 경제 침체 우려 여파로 얼어붙었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올초 중소형 공모주의 흥행 성공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20~2021년 코로나 호황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어(大漁)급 공모주의 귀환은 아직이지만, 중소기업들의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의 배 이상으로 뛰는 등 ‘작은 돌풍’들이 모여 시장이 달궈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조(兆) 단위 시가총액 기업들도 상장에 나서면 시장은 더욱 들썩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6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유가증권 시장)와 코스닥 시장에서 1분기(1~3월)에 신규 상장한 기업 16곳에 대한 기관 수요 예측 경쟁률은 평균 1077대1을 기록했다. 이는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리츠(부동산투자신탁) 등 특수 회사와 재상장 기업을 제외한 수치다. 작년 1분기(963대1)보다 높은 경쟁률이다. 또 한창 ‘코로나 특수’ 바람이 불던 2021년 1분기(1319대1)에 이어 역대 1분기 중 둘째로 높은 기록이기도 하다. 일반투자자의 청약 경쟁률도 올해 1분기 평균이 888대1로 평년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기관 수요 경쟁률 역대 2위
특히 이 16개 기업 중 꿈비와 미래반도체 등 5개사(31%)가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정해지고 상한가로 마감하는 것)’을 달성하는 등 공모 후 주가 흐름도 좋다. 따상까지는 아니지만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였던 기업도 10개사(63%)나 됐다. 또 희망가 상단 이상에서 공모가가 확정된 회사의 비율은 81.3%에 달했다. 이 비율은 지난해 1∼4분기 50~60%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작년 차갑게 식었던 공모주 시장에 확실히 온기가 돌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한다.
다만, 공모주 시장의 훈풍이 시장 전체가 아닌 시가총액 1000억원대 안팎의 중소형주에서만 불고 있다. 1분기 상장사(스팩 등 포함) 28곳 중 코스피 상장사는 3곳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모두 기업 분할에 따른 재상장이거나 리츠 기업이다. 작년 1월 시총 100조원대로 코스피에 데뷔한 LG에너지솔루션 같은 ‘스타급 상장’이 아직 없는 것이다. 1분기 상장 시가총액도 약 3조원으로 과거(1999~2022년) 1분기 평균(5조7000억원)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스타급 상장’은 아직 없어
당초 기대를 모았던 대어급 후보들 대부분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상장 계획을 접었다. 기업 가치가 2조~4조원으로 추산되는 신선식품 배송업체 컬리는 올 초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며 IPO를 무기한 연기했다. 케이뱅크도 지난 2월 공모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컬리 대신 ‘이커머스 1호 상장’을 노렸던 오아시스 역시 지난달 수요 예측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뒤늦게 상장을 포기했다. 아직 공모 시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제한된 공모주 펀드의 돈으로 중소형 업체들의 공모 수요는 채울 수 있을지 몰라도 대형주의 수요는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2분기에도 중소형주 상장 바람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2분기 이후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곳이 현재 40곳 정도인데, 대부분이 공모 금액 500억원 미만의 비교적 작은 기업들이다. 인공지능(AI) 영상인식 전문 업체 씨유박스, 고기능성 플라스틱 제조업체 진영, 의약품 제조업체 에스바이오메딕스 등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미국 기준금리가 정점에 다다른 이후에 긴축 기조가 풀리는 등 경기에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면, 비로소 대형주들이 상장 절차에 들어가는 등 공모 시장 전반이 활기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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