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재인가요? 취업 비자 바로 나왔습니다

오로라 기자 2023. 4.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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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일본, 심각한 인력난에 파격적 ‘외국인 모시기’

대만이 국경을 활짝 열고 ‘글로벌 반도체 인재 모시기’에 나섰다.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 TSMC를 비롯한 자국 반도체 기업에 취업하는 외국인에게 비자 발급 요건을 대폭 완화한 것이다. 특히 대만은 비자 발급 대상을 통상 ‘고급 인력’으로 분류되는 석·박사급뿐만 아니라 대학 졸업을 앞둔 20대 초·중반까지 확대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전 세계 반도체 인력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공격적인 미래 인재 선점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김현국

지난 3일 대만 공상시보에 따르면, 왕메이화 대만 경제부장은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글로벌 톱 500 대학을 졸업한 인재는 근무 경력이 없어도 대만 반도체 기업의 면접을 통과하기만 하면 취업 비자를 내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월 대만 노동부는 첨단산업 인재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 전문 인재 고용법’을 개정했다. 특정 첨단산업의 경우 현행법에 명시된 ‘최소 2년의 근무 경력’을 채우지 못한 대졸자도 영입할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다. 해당 법 개정후 한 달여 만에 반도체 산업이 첫 수혜 대상이 된 것이다.

반도체를 비롯해 첨단산업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쟁탈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 영국도 대만처럼 국경 빗장을 풀고 젊은 외국인의 자국 취업을 장려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한국 정부도 인력 확보와 유출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환영’, 빗장 푸는 나라들

대만의 조치는 외국인 취업 비자 발급 요건 완화에 나서는 나라 중에서도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자 발급이 가능한 범위가 ‘글로벌 톱 500(중국 대학 제외)’ 대학으로 가장 광범위하다. 영국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인 QS 기준 톱 500 순위에 드는 한국 대학은 서울대(29위)부터 가톨릭대(494위)까지 총 17곳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글로벌 ‘수퍼갑’으로 떠오른 TSMC의 위상을 고려하면 위협적인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TSMC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 평균 연봉은 317만5000대만달러(약 1억3726만원)로, 삼성전자(1억3500만원), SK하이닉스(1억3385만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여기에다 대만 정부는 연봉이 300만대만달러 이상인 외국인에겐 5년 동안 소득세 50%를 감면해 주는 혜택도 제공한다.

일본은 지난 2월 글로벌 톱 100 대학에서 졸업한 학생의 경우, 일본에서 최대 2년 동안 자유롭게 거주하며 반도체 등 첨단산업 구직 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영국도 지난해 5월 세계 톱 50위권 대학 졸업생들에겐 당장 일할 곳을 정하지 않아도 영국에 2~3년 거주하며 첨단산업 분야 취업 활동을 할 수 있는 ‘고도 인재 비자(HPI)’를 신설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발표한 반도체법에 당초 검토 대상이었던 이민법 완화 조항이 빠지자, 인텔·AMD 같은 주요 반도체 기업이 “외국 이공계 기술 인력 확보를 위해 이민법을 완화해 달라”고 호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 역시 지난해 말 반도체·바이오 등 첨단 분야 전문 인력 유치를 위한 ‘E-7-S’비자를 신설하고, 글로벌 톱 500(QS 기준) 대학 출신에게 비자 심사 시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다만 대학 출신만으로 비자를 발급해주는 대만·일본 등보다는 문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반도체 인력난, 얼마나 심각하길래

반도체 업계에서는 “심각한 반도체 인력난이 국경 빗장까지 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은 기밀 유출에 민감하기 때문에 다년간의 근무 경력으로 전문성이 검증된 인력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제는 대학을 갓 졸업한 외국인까지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2030년 전 세계에서 필요한 반도체 전문 인력은 현재 대비 100만명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공대뿐 아니라 기초과학, 법학 등 다방면의 인재를 흡수하는 ‘인력의 용광로’가 되고 있다”며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 인력 유출 대비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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