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벚꽃 졌다고 공무원들 맘고생 마라/잔치의 본질은 꽃이 아니라 봄이다
“벚꽃축제를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어느 시장이 언론인에게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게 벚꽃축제에는 변수가 많다. 정확한 개화시기를 점치기 불가능하다. 기상 이변이 많아지면서 더 심해진 변수다. 직전의 폭우, 강풍 등도 절대 변수다. 모든 꽃이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다. 그렇다고 홍보까지 해 놓은 축제를 취소하기도 어렵다. 오죽하면 시장이 끌탕을 하나. 봄이면 다가오는 벚꽃축제, 그 설렘의 이면에 있는 공무원의 고민이다.
올해도 맘고생을 하는 행사가 여러 곳에 있다. 수원의 ‘2023 만석거 벚꽃 축제’가 7, 8일이다. 역시 수원 매탄3동 제1회 매여울 벚꽃축제도 8일이다. 안양 석수동에서는 8,9일 벚꽃축제가 있다. 부천은 도당산 벚꽃축제가 예정돼 있다. 평택에서는 특이하게 대학을 개방하는 ‘벚꽃 소풍’ 행사를 연다. 이상 고온으로 이미 맘고생을 했다.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8.6도였다. 평년 기온은 5.5도다. 여기에 60mm 비, 3~5m 강풍까지 왔다.
벚꽃만 보는 게 아니다. 부대행사들이 있다. 음악회(만석거 벚꽃축제 등), 사생대회(매여울 벚꽃축제 등) 등이다. 참가 희망자나 지원자들이 있다. 취소할 수 없다. 과거에도 이런 고민은 있었다. 무조건 밀어붙였다. 공무원들이 책임지고 꽃을 피워냈다. 얼음을 땅에 묻어 개화기를 늦췄다. 밑동에 난로를 피워 개화기를 앞당겼다. 효과는 미미했다. 하지만 노력이라도 보여야 했다. 이제 색바랜 ‘구시대 행정’이 됐다. 없어졌다고 본다. 없어졌어야 한다.
참으로 부질없는 낭비 아닌가. 벚꽃축제의 본질은 꽃이 아니라 봄이다. 새로 시작하는 봄을 즐기는 것이다. ‘올해는 벚꽃을 볼수 없습니다’라 안내하고 축제하면 된다. 벚꽃축제라는 명칭을 바꾸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꽃’을 내세우니 ‘꽃피는 시기’에 얽매이는 것이다. ‘벚꽃축제’라는 명칭이 특정 지역 고유행사명도 아니다. 바꿀 이름은 많다. 또 하나, 축제 시기를 유동적으로 잡는 것도 권해 본다. ‘일시’가 아니라 ‘기간’으로 잡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행정이 비를 막을 수는 없다. 그 비로 인한 피해를 막을 뿐이다. 행정이 가뭄을 막을 수는 없다. 그 가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뿐이다. 행정이 벚꽃을 조절할 수는 없다. 그 벚꽃을 매개로 하는 행사를 잘 진행할 뿐이다. 개화 자체로 인한 부담은 완전히 버릴 때도 됐다. 행사가 자연과 동화되도록 맞춰 나가면 된다. 오늘도 ‘벚꽃 없는 벚꽃축제’를 지키는 공무원들은 있을 것이다. 맘고생시킬 필요 없다. 찾아온 시민이 행복해 하면 그걸로 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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