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있을 때 잘해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2023. 4. 7. 03: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은 한국 야구 최악의 대회였다. 한 수 아래라 생각했던 호주에 지더니 일본과의 경기에선 현격한 실력 차이로 완패했다. 분위기를 쇄신해도 모자랄 판에 구성원들은 한술 더 떴다. 모 팀 단장은 선수에게 뒷돈을 요구하다 경질됐다. 젊은 모 유망주 투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로 방출됐다. 흉흉한 불법 도박 소문도 돈다.

한일전 5일 후에는 K팝 위기론이 등장했다. 국내 최대의 연예기획사 하이브 방시혁 의장의 주장이다. 3월 12일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중단 선언 후 처음으로 등장한 공식 석상에서 그는 K팝의 위상이 국내에서 과대평가되어 있음을 지적했다. 방탄소년단의 입대로 인한 활동 중지 등 여러 악재로 K팝의 성장지표 둔화가 명확하고, 글로벌 거대 기업과 대등하게 싸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에 하이브와 K팝 시장 전체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언뜻 의아하다. 웬만한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 그룹들이 수십만 또는 수백만 장 앨범을 팔고 세계 투어를 다니며, 중소 기획사 그룹도 음원 차트 역주행을 통해 저력을 과시하는 요즘인데 말이다. 4월 4일에는 방탄소년단의 지민이 한국 솔로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 100 차트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화려한 축제 이면을 들춰보면 좀 다르다. 아시아 지역에서 K팝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음반 수출 증가율도 감소세다. 세계 음반 시장 전체 매출에서 K팝이 차지하는 비중은 2% 미만에 불과하다. 현장의 목소리도 불안하다. 인구가 줄어드니 연습생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제작 공정이 굳어지다 보니 비슷비슷한 노래 가운데 옥석 가리기가 나날이 어렵다고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습생 시절부터 같은 그룹 내 동성 멤버를 성추행한 멤버가 재판에 넘겨지고, 유흥업소 접대를 받으며 어린 연습생들의 꿈과 희망을 이용한 방송 프로그램 조작 PD는 형을 마치고 무사히 재입사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졸전과 사건·사고에도 야구팬들은 11년 만에 개막전 전 구장 매진을 기록했다. 온갖 악재에도 꿋꿋이 아티스트를 지키는 케이팝 팬덤의 충성심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문득 아버지의 애창곡 가사가 귀에 맴돈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