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드래프트 1순위의 저주인가
김주성(44·원주 DB 감독대행), 김태술(39·해설위원), 오세근(36·안양 KGC). 이들 공통점은 한국농구연맹(KBL)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에 최우수 신인상을 거머쥠과 동시에 리그를 뒤흔드는 스타로 바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양동근(42·울산 현대모비스 코치), 하승진(38·방송인)도 마찬가지였다. 1라운드 1순위 선수가 신인상을 받은 건 1997년 리그 출범 이후 26명 중 11명. 42% 확률이다.
하지만 최근 KBL엔 ‘1순위 = 신인상’을 거머쥔 선수가 사라졌다. 2014~2015시즌 이승현(31·전주KCC) 이후 7년 동안 전멸이다. 소문만 빛나고 실속이 없었던 게 지금 신인 드래프트 현실이란 얘기다. 각 팀이 재목(材木)을 알아보는 안목이 부족한 걸까, 아님 특급 신인 없는 ‘도토리 키재기’ 드래프트가 된 걸까.
◇보이는 실력보다 잠재력 우선
서울 삼성은 2020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를 지명할 때 고민에 잠겼다. 연세대에서 4년 동안 활약한 ‘즉시 전력감’ 박지원(25·상무)과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잠재력 덩어리’ 차민석(22·서울 삼성)이 동시에 드래프트에 나왔기 때문이다. 삼성은 저울질 끝에 키가 2m(199㎝)에 육박하면서 스피드까지 갖춘 차민석을 뽑았다. 그러나 아직까진 그 선택에 따른 기대수익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슛 능력만 나아지면 잠재력이 폭발한 것이라 믿었던 그는 지난 3년 동안 이렇다 할 발전이 없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3.3득점에 그쳤고 4라운드에야 처음 출전했다. 2순위였던 박지원 역시 무색무취하긴 마찬가지다. 올 시즌 1.9점. 2020~2021 시즌 당시 신인상은 서울 SK 오재현(2라운드 1순위·전체 11번째)에게 돌아갔다.
농구 전문가들은 “최근에는 과거처럼 확실한 대어(大魚)가 없어 당장 실력보다는 잠재력을 더 높이 평가하는 추세라 실패한 선택이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교 졸업 후 미성숙 상태에서 도전
대학교 졸업 전 프로에 도전하는 ‘얼리 엔트리(early entry)’도 이런 ‘1순위 신인상’ 품귀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있다. 과거 ‘1순위 신인상’ 선수 대부분은 대학 4년을 채우고 나왔다. 그만큼 기량이 물이 올라 프로에서도 안착할 수 있었다. 2021년 서울 삼성에 1순위로 뽑힌 이원석(23·서울 삼성)은 연세대를 2년만 다녔다. 팔이 길고 빠르지만 기술이 미완성이라는 평가였다.
◇초특급 자원은 해외 진출로 이탈
김주성(2002년 데뷔), 김태술(2007년), 오세근(2011년) 등 1순위로 리그에 발을 들이자마자 코트를 지배한 신인 선수들도 가끔 나왔다. 5년에 한 번 정도였다. 사실 이들 수준 재능을 가진 선수가 지금도 없는 건 아니다. 다만 한국 무대 이상을 넘보고 있어 뽑을려야 뽑을 수 없다.
KBL 신인 드래프트에 나온다면 1순위가 당연할 여준석(21·곤자가대)과 이현중(23·NBA G리그 산타크루즈) 관심은 온통 NBA(미 프로농구)에 쏠려 있다. 국내 무대는 그들에게는 성이 차지 않는다. 지난해 국제농구연맹(FIBA) U-18(18세 이하) 아시아 남자선수권대회에서 타고난 득점력으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끈 이주영(19·연세대)도 기회가 있다면 미국 땅을 밟고 싶은 욕심이 있다. 손대범 KBS N 해설위원은 “중고교 농구 선수들이 점점 줄어 저변이 좁아지고 있다”면서 전보다 선수 자원 자체가 작아진 걸 또 다른 이유로 꼽을 수 있다고 했다. 국내 19세 이하 남녀 학교 농구부 등록 선수는 2012년 1924명에서 2023년 1671명으로 13%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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