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분' 여자부 P.S 역대 최장 혈전 주역들 "오늘은 일단 즐길게요"

권수연 기자 2023. 4. 7.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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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전 우승을 거둔 한국도로공사 선수단이 기뻐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삼산, 권수연 기자) 꿈만 같은 엔딩이다.

6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리는 '2022-23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최종전(5차전)에서 한국도로공사가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2(23-25, 25-23, 25-23, 23-25, 15-13)로 꺾으며 챔프전 정상에 올랐다.

사상 최초의 기록을 이뤄냈다. 0%의 가능성을 50%로 끌어올린 도로공사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박수받을 활약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도로공사는 2017-18시즌 이후 5년만의 챔프전 우승에 이어 V-리그 출범 후 사상 최초로 챔피언결정전 역스윕 우승이라는 업적을 만들어냈다. 

9년만의 5차전이다. 여자부 챔피언이 마지막 5차전에서 갈린 건 2005-06, 2011-12, 2013-14시즌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이 날 캣벨이 32득점, 박정아 23득점, 배유나 18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을 시즌 정상에 올려놓는데 큰 공을 세웠다. 또한 이 날 두 팀은 장장 158분의 대접전 끝에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이는 여자부 포스트시즌(P.S) 사상 최장 경기 시간 기록이다. 

4라운드 이후 원 소속 용병이었던 카타리나 요비치의 대체용병으로 투입된 캣벨은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하는 기쁨도 함께 안았다. 

경기 후 다시 만난 박정아는 "아무도 몰랐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이뤄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동석한 배유나 역시 "챔프전 우승을 했다는 것이 꿈같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 모든 분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이다, 0%를 깰 수 있어서 너무나 놀랍다"고 기쁜 소감을 생생하게 밝혔다. 

박정아의 컨디션이 이 날 관건이었다. 박정아는 경기가 진행될수록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잘 버텨내며 주포로서 활약했다. 아찔한 비디오판독 결과 옐레나의 블로킹을 뚫고 포인트를 따낸 장면은 백미였다. 그는 "1세트부터 10연속 공격을 했는데 정말 죽을 것 같았다, 그래도 옆에서 많이 도와줘서 겨우 참고 버텼다"며 당시 힘들었던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한국도로공사 박정아ⓒ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한 한국도로공사 캣벨ⓒ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도로공사의 첫 우승은 5년 전인 지난 2017-18시즌이다. 그때 맛봤던 우승과 현재와는 또 다르다. 배유나는 "그땐 모두가 우리를 우승후보로 예상했다, 지금 시즌은 그때와 비해서 엄청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 시작했다"며 "이겨야겠다는 부담감보다 이게 어떻게 되네, 되네, 하다보니 어느샌가 봄배구 와있고, 챔프전에 와있고, 15점이 돼있더라"고 미소지었다. 

'급구' 대체용병으로 들어와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수상한 캣벨은 "너무 충격적이라 실감이 안난다"며 예의 그 밝은 말투로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지난 시즌 흥국생명을 떠났을 때는 사실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걸을 수 없을 정도였는데 몸을 관리하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 MVP까지 받게 돼서 너무나 기쁘다"고 전했다.

'봄배구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박정아는 IBK기업은행 소속 시절 개인 통산 3번의 우승과 더불어 도로공사에 이적하며 첫 챔프전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다. 직전까지 개인 통산 4승, 그리고 이번에 통산 5번째 우승을 만들며 톡톡히 별명값(?)을 했다. 

박정아는 이에 대해 "제가 항상 건강한 편인데 올 시즌은 건강관리를 잘 못해서 시즌 초부터 잘 뛰지 못했고, 개인적으로 좋지 못한 일도 있었는데 잘 이겨낸 것 같다"며 "모든 우승이 기분 좋은 우승이지만 당시에는 할 것 같았던 우승이었다, 이번 시즌은 개인적으로 기대가 없었는데 우승해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도로공사는 주축인 정대영, 배유나, 박정아, 전새얀, 문정원이 여자부 종료 후 3일 뒤인 오는 9일, 모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된다. 

이를 배유나에게 전하자 이를 드러내고 웃는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오늘은 일단 즐기겠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쾌한 인터뷰를 마친 '0%의 기적' 주역들에게는 시즌 마지막으로 보내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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