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물’… 아시아 최대 미술축제 ‘광주비엔날레’ 막 오르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주제
저항·생태·환경·탈식민주의 등 메시지
연대와 사유·포용 포괄하는 작품 공개
고이즈미 메이로 ‘삶의 극장’
광주 소재 고려인 마을 다룬 설치 영상
일제 강점기 강제 이주당한 역사 조명
앨런 마이컬슨 ‘패총’
굴 껍데기 쌓인 패각 더미 스크린 삼아
산업화로 오염된 뉴욕 인근 강 보여줘
영혼을 위로하는 몸 사위 같기도 하고, 한복 입은 소녀가 지나가기도 한다. 일본 제국주의 군대의 형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서구형 얼굴 모습의 청소년들이 한창 토론을 벌이고 있다. 다섯 개의 영상이 어우러져 동시에 투영되는 탓이다.
광주에 있는 고려인 마을의 청소년 15명이 직접 작품에 참여했다. 고려극장의 기록 사진들을 바탕으로 워크숍을 갖고 연극적 장면들을 연출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사회에 적응하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아방가르드 극작가 니콜라이 예브레이노프에 따르면, 인간은 ‘연극 본능’-일상 의례와 역할놀이를 통해 변형을 꾀하는 본능이 있다. 각자 당면한 현실을 배경으로 기록사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면서 자신들의 정체성 변화 방법 찾기 연습을 목표로 삼았다. 이들의 조선인 증조부모들은 단지 농사를 잘 짓는다는 이유만으로도 강제 이주당했다. 그들의 후손들은 러시아 말을 쓴다. 작가는 이 모든 게 일제 강점기에 시작된 일이라고 말한다.
굴 껍데기가 잔뜩 쌓인 패각 더미를 스크린 삼아 그 위로 영상이 흐른다. 굴 껍데기는 미국 뉴욕 인근 그랜드강 주변이 원래 물이 풍부한 곳이었다는 사실과 이곳의 선주민들이 자연과 균형을 이루고 살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반면 영상은 해양오염이 심각해진 현재 모습을 보여준다. 400년 전, 네덜란드인들이 맨해튼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오래된 패총들이 이 지역을 뒤덮고 있었다.
맨 처음 만나는 작품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블레베즈웨 시와니가 꾸민 ‘바침’이다. 제1전시실 전체를 할애할 만큼 비중을 두었다. 흙과 잔디를 실제 깔고 조성한 데 이어 밧줄을 내려 달아 숲을 형성했다.
국립광주박물관에 전시된 캔디스 린의 ‘리튬공장의 섹스 악마들’(2023)도 인상적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리튬 배터리 생산 기업이 있는 곳이자 한때 다량의 도자기를 생산해낸 장소다. ‘악마’는 우리가 대량 생산해내는 제품에서 발생하는 악영향이 아닐까.
광주=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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