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에 감동한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 "선수들에 고마워"

기사내용 요약
도로공사, 역대 최초 리버스 스윕 우승

[인천=뉴시스] 김금보 기자 = 6일 오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한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이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2023.04.06. kgb@newsis.com

[인천=뉴시스]김주희 기자 = "기적을 일궈낸 선수들에게 너무나 고맙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이 '0%의 확률'을 깨고 정상에 선 선수들에 진심을 전했다.

한국도로공사는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 5차전에서 흥국생명에 세트 스코어 3-2(23-25 25-23 25-23 23-25 15-13)로 이겼다.

도로공사는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흥국생명을 밀어내고 최후의 승자로 우뚝 섰다.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일군 2017~2018시즌 이후 5년 만에 정복한 챔프전 정상이다.

대역전극의 완벽한 마무리다.

도로공사는 챔프전 1, 2차전을 연거푸 졌다. 역대 챔프전에서 1, 2차전을 모두 지고 우승을 차지한 사례는 없었다.

도로공사는 '확률'에 갇히지 않았다. 3, 4차전을 잡고 분위기를 바꾸더니 5차전까지 잡고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챔프전 1, 2차전을 지고도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 온 최초의 팀이 된 도로공사는 '0%의 확률'을 넘어 우승에 성공한 첫 번째 팀으로 남게 됐다.

[인천=뉴시스] 김금보 기자 = 6일 오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한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이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2023.04.06. kgb@newsis.com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만난 김종민 감독은 "기적을 일궈낸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 오늘 경기를 하면서 선수들에게 감동을 받았다"며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에 솔직히 나도 좀 '살살해라'는 말도 하고 싶었지만 눈빛들이 살아있더라. 뒤에서 채찍질하고 끌고 갔는데 워낙 경험 많은 선수들이 있다보니 상대가 어떤 페이스고, 어떤 리듬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운영해 우리가 이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규리그 3위 팀이 챔프전을 제패한 건 2007~2008시즌 GS 칼텍스, 2008~2009시즌 흥국생명에 이은 역대 세 번째다.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을 누르고 챔프전에 오른 도로공사는 15일간 7경기를 치르는 강행군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힘을 짜냈다.

사실 도로공사는 이번 시즌 개막전까지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돼 주목받지 못했다.

외부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김 감독은 "어느 팀에게도 이길 수 있고, 질 수 있는 팀이 우리팀이다. 선수들끼리 똘똘 뭉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첫 우승을 일궜던 2017~2018시즌과 비교에도 "그때는 우리 팀이 우승후보로 지목됐다. 전력도 굉장히 좋아서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올해는 우리에게 관심이 없었고, 그래서 선수들과 나는 마음 편하게 준비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챔프전도 솔직히 잃을 게 없었다. 상대가 더 부담스럽지 않았겠나. 선수들에게 버티자고 했는데 잘 버텨주고 잘했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데려온 카타리나 대신 투입한 대체 외국인 선수 캣벨의 활약도 도로공사의 반전에 중요한 퍼즐이 됐다.

캣벨은 이날도 팀 내 최다인 32점을 쏟아붓는 등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김 감독은 "처음 뽑을 때부터 캣벨을 염두에 뒀는데 당시에는 무릎이 너무 안 좋아 긴 시즌을 소화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봤다. 계속 체크를 하고 있었는데, 선수들이 시즌을 버텨내면서 교체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천=뉴시스] 김금보 기자 = 6일 오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한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과 캣벨이 기뻐하고 있다. 2023.04.06. kgb@newsis.com

최후의 5차전 승부는 마지막 5세트까지 뜨거웠다.

결정적 장면도 막판 나왔다.

13-12에서 도로공사 박정아는 오픈 공격에 나섰다. 당초 아웃으로 선언됐지만 김종민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고, 박정아의 득점이 인정돼 챔피언십 포인트에 도달했다.

김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그 장면을 정확히 보진 못했다. 그런 각이면 맞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비디오 판독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통산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일궈낸 도로공사지만 '이별의 시간'을 앞두고 있다.

팀 주죽인 배유나, 정대영, 박정아, 문정원, 전새얀 등 5명이 이번 시즌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김 감독은 "그게 가장 어렵다. 다 같이 가고 싶다"며 "사람들은 팀을 이상하게 만들어놨다고 하지만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더 잘할 수 있게 만들어놨다. 그 위치에서 잘하면 더 강해지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직력으로 하는 팀이라 한 명이라도 빠지면 쉽지 않다. FA는 선수 자유가 있지만, 구단에 잡아달라는 요청을 했으니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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