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박' 코인 투자가 살인으로 이어졌나… 경찰, 자금흐름 추적 집중

최다원 2023. 4. 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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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를 둘러싸고 얽히고설킨 투자 갈등이 서울 강남 여성 납치ㆍ살해 사건을 촉발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들 간 금전거래 내역을 중심으로 범행 동기의 퍼즐을 맞춰나가고 있다.

사건의 얼개는 'P코인'으로 복잡하게 연결된 유씨와 아내 황모씨, 이씨, A씨의 관계에서 유추할 수 있다.

경찰은 코인 투자를 놓고 장기간 쌓인 앙금과 갈등이 폭발한 것이 범행의 단초가 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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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주범 이경우 근무 사무실 압수수색
가·피해자 모두 'P코인' 투자로 갈등 관계
사건 후 출국 코인업체 대표 행적도 관심
서울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 피의자들. 왼쪽부터 이경우(36), 황대한(36), 연지호(30). 서울경찰청 제공

가상화폐를 둘러싸고 얽히고설킨 투자 갈등이 서울 강남 여성 납치ㆍ살해 사건을 촉발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들 간 금전거래 내역을 중심으로 범행 동기의 퍼즐을 맞춰나가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6일 주범 이경우(36)가 사무장으로 일한 법률사무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전날 강도살인 교사 혐의로 체포된 유모씨와 이씨의 자금 거래 여부를 살피려는 목적이다. 유씨는 2년 전 이 법률사무소에 이씨의 취직을 주선한 인물로, 이씨와 황대한(36ㆍ주류회사 직원), 연지호(30ㆍ무직) 3인조에게 피해 여성 A씨 납치ㆍ살해를 의뢰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발생 직후 이씨를 변호해 온 법률사무소 대표는 전날 사임계를 내고 유씨만 대리하고 있다.

사건의 얼개는 ‘P코인’으로 복잡하게 연결된 유씨와 아내 황모씨, 이씨, A씨의 관계에서 유추할 수 있다. P코인 홍보 역할을 담당했던 피해자는 주변에 투자를 권유했고, 유씨 부부도 그중 하나였다. 부부는 A씨에게 1억 원어치 이더리움 코인을 이체했다.

유씨 부부 측 변호인은 가격 안정을 위해 3개월 뒤부터 거래 가능한 조건이었는데, A씨가 공지 없이 일부 코인을 매도해 문제가 불거졌다고 주장한다. 이에 부부는 피해자를 고소(사기)하고, 코인 발행 재단에 A씨 계좌를 동결해 달라는 내용증명도 보냈다. 양측이 다투는 사이 코인 가격은 폭락해 휴지 조각이 됐다. A씨 역시 유씨 부부를 시세조종 세력으로 의심했고, 이씨 및 투자자들과 호텔에 투숙하던 부부를 찾아가 코인 1억9,000만 원어치를 탈취하는 데 가담했다. 경찰은 코인 투자를 놓고 장기간 쌓인 앙금과 갈등이 폭발한 것이 범행의 단초가 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범행 직후 유씨와 이씨가 두 번이나 만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둘은 지난달 31일 0시쯤 경기 용인의 유씨 자택 근처에서, 같은날 오후엔 강남구 논현동 유씨 사무실 근처에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이 자리에서 6,000만 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착수금으로 추정되는 4,000만 원을 포함해 1억 원이 대가성으로 의심된다.

유씨 측은 ‘배후설’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4,000만 원 중 3,500만 원은 2021년 9월 차용증을 쓰고 빌려줬고, 나머지 500만 원도 비슷한 시기 이씨의 간청에 차용증 없이 꿔 줬다고 주장했다. 유씨 변호인은 “범행 직후 만났을 때도 유씨는 이씨가 범행에 연루된 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때 적대관계였던 두 사람이 갑자기 가까워진 점 등 석연치 않은 구석은 적지 않다.

일각에선 시세조작 의혹 등 코인발행업체의 개입을 의심한다. 사건 전후 해당 업체 대표가 동남아시아로 출국한 것도 의구심을 키운다. 그러나 업체 대표는 본보에 “이번 사건과 무관하며 출장이 끝나면 귀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A씨와의 관계도 “마케팅 용역을 준 회사와 피해자가 계약한 것일 뿐, 회사 직원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 불안감이 계속 커지자 검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기 전에 미리미리 전담수사팀을 구성하라”고 서울중앙지검에 지시했다. 경찰은 이르면 10일 구속된 피의자 3명을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한편, 이번 납치ㆍ살해 사건을 모의하는 과정에 가담한 혐의로 추가 입건된 20대 남성도 이날 구속됐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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