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그레이트 한강’ 기대반 우려반

송은아 2023. 4. 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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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에는 '물멍'(물을 보며 멍하니 있기) 명소가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함께 누리는 더 위대한 한강을 만들겠다며 '한강 르네상스 2.0'을 발표했다.

서울환경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는 "기후위기를 비롯해 상황은 급변하는데,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낡은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이대로 방치하기에는 한강이 가진 잠재력이 크다.

서울과 한강 개발을 얘기할 때 늘 나오는 말은 '너무 크고 넓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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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에는 ‘물멍’(물을 보며 멍하니 있기) 명소가 있다. 강물을 보며 삼삼오오 앉는 장소다. 시설 자체는 보잘것없다. 완만한 경사지에 콘크리트를 부어놓은 게 전부다. 그럼에도 물결과 아스라한 조명, 젊은이들의 뒷모습이 어우러져 낭만이 배어난다. 한강의 힘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함께 누리는 더 위대한 한강을 만들겠다며 ‘한강 르네상스 2.0’을 발표했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라 이름 붙였다. 대관람차인 서울링, 크루즈가 정박할 수 있는 서울항을 만들고 곤돌라와 수상버스를 운행하겠다고 했다. 자연 생태는 회복하고 보행교로 접근성도 높인다.
송은아 사회2부 차장
한강 개발의 당위성에는 백번 공감한다. 한강은 위용에 비해 대접받지 못하고, 활용도 안 되고 있다. 함께 연상되는 매력적인 이미지가 없고, 세계적인 명성은 약하다. 오 시장이 한강에 매달리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서울환경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는 “기후위기를 비롯해 상황은 급변하는데,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낡은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이대로 방치하기에는 한강이 가진 잠재력이 크다.

다만 ‘한강 르네상스 2.0’은 유럽과 아시아 도시들의 성공 사례를 백화점식으로 끌어모았다는 인상이 강하다. 서울 실정에 맞는 창조적 변용은 약한 듯하다. 보기에 그럴싸하지만 맥락은 와닿지 않는 세빛섬처럼 말이다. 최근 9박10일간 유럽 도시를 돌며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하나씩 풀어놓은 오 시장의 행보에서는 물음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유럽은 서울과 조건이 전혀 다르지 않은가.

서울과 한강 개발을 얘기할 때 늘 나오는 말은 ‘너무 크고 넓다’이다. 한강을 자주 찾기 힘든 이유는 도로로 단절돼서이기도 하지만, 멀어서일 것이다. 서울시의 시민 조사에서도 왜 한강공원을 이용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공원까지 거리가 멀다’는 답이 29.2%였다. 2017∼2021년 한강공원 하루 방문객은 약 18만명이다.

한강에 서울링·보행교가 생기고 수상버스가 다니면 시민 발길로 북적일까. 다소 회의적이다. 영국 런던에 갔을 때 템스강을 꼭 볼 생각은 없었다. 테이트모던 미술관까지 걸어가느라 자연히 강에 놓인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넜다. 미술관을 나오니 국립극장·국회의사당까지 템스강 산책로로 연결됐고 도중에 대관람차 런던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프랑스 파리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한강변은 아파트 천지다. 도서관에 들른 김에 겸사겸사 한강까지 내려가거나 쇼핑하러 갔다가 지척에 한강이 있어서 강바람을 쐬는 식이 힘들다.

이 프로젝트의 더 큰 위험 요소는 한국 정치와 행정의 변동성이다. 그간 정부의 거창한 청사진이 정권 교체로 그대로 사장되는 일을 부지기수로 봤다. 오 시장의 주요 사업은 2025∼2026년 착공 예정인 데다, 대형 사업은 으레 시간표보다 늦어지기 마련이다.

막 걸음마를 뗀 사업에 부정적 전망만 늘어놓고 싶지는 않다. 한강이 도약해야 하는 시점인 건 분명하다. 탄탄한 준비 과정을 통해, 이 프로젝트가 한강과 시민이 가까워지는 촉매가 되기를 바라본다. 훗날 한강 르네상스 2.0이 서울의 르네상스로 이어졌다고 평가받기를 기대한다.

송은아 사회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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