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바이든 행정부와 일하며 트럼프 시대도 대비해야
2024년 민주당 재집권 실패 땐
대미정책 역으로 갈 가능성도
물밑 네트워크 선제 마련을
한국인이 인식하고 있는 미국과 미국인이 살아가는 미국이 비슷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주요 언론과 전문가, 관료 등 여론 주도층이 전달하는 미국 모습은 반쪽짜리 미국에 불과하다. 한국인들은 직접적인 경험으로는 미국 동서부나 중서부, 남부 주요 도시에서 근무하거나 유학했던 시절에 기반해 미국을 인식한다. 간접적으로 미국 주류 언론, 주요 대학·싱크탱크 담론을 통해 미국 주류사회의 시각과 인식을 전달받는다.
문제는 미국 엘리트의 트럼프 지지자에 대한 경멸과 멸시가 한국에서는 미국 사회 전체 모습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CNN,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주요 학계·싱크탱크 시각을 벗어난 절반의 미국을 접할 수 없다. 한국인 중 미국 주요 인기 시사프로그램 10개 중 9∼10개가 폭스뉴스 채널임을 알고 있는 이도 거의 없다. 미국인의 절반만 이해하는 수년간의 상황은 한국에서 잘못된 대미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기반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국가 정책은 미국 사회 변화와 흐름에 대한 정확하고 냉정한 분석이 토대가 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바이든 행정부와 일하고, 2024년 트럼프 시대에 대비해야 하는 시기다. 트럼프 혹은 유사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이든 국익을 위한 대비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진영은 트럼프 기소를 적극적인 당선 전략을 위한 기회로 삼고 있다. 벌써 다른 공화당 후보와 격차가 매우 벌어졌으며, 기소가 정치 탄압이라고 보는 미국 국민이 6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은 미국 대선이 끝나고 나서 “누구와 친하냐”, “누구랑 사진 찍었다더라” 하는 후진국형 외교가 아니라 누가 당선되든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을 미리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트럼프 혹은 유사 세력을 지한파로 관리하고 있는 기관은 한국에 거의 없다. 야당 시절, 힘든 시절에 더욱 챙기고 잘해주어야 길게 가는 네트워크가 되는 것이다. 정부 부처가 미국 야당과 공개적으로 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공공 외교의 형태로 관리해야 한다.
2024년 혹시나 민주당이 재집권하지 못한다면, 한국 정부가 진행 중인 모든 대미 정책은 역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집권 시기 대응 시나리오를 연구하는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싱크탱크는 거의 없다.
절반의 미국만 이해하고, 잘못된 분석과 전망으로 허둥지둥하는 외교안보시대는 이제 정리하고, 선진국형 외교로 전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본과 이스라엘 등은 누가 집권하든 국익을 위해 일해줄 네트워크가 마련돼 있다. 2024년 함께 일하던 바이든 행정부가 계속 일하게 되면 그대로 가고, 집권층이 변하더라도 대비가 돼야 하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와 치열하게 일하면서, 뒤에서는 트럼프 시대에도 대비하는 선진국이 될 때가 됐다.
김영준 국방대 안전보장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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