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중진의乙을위한변명] 영원한 갑, 시간을 이기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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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乙)이라도 되면 좋겠어. 나는 을은커녕 병(丙)이나 정(丁) 신세야.' '乙을 위한 변명'이라는 코너 제목을 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제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인간이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면 그때 비로소 갑이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 바로 지금 내 앞에 있는 바로 그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 인간은 미래를 위해 사는 존재이지만, 그 미래는 충실한 현재에 터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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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원히 갑인 사람도, 영원히 을인 사람도 없습니다. 주어진 상황과 환경에 따라 갑과 을의 관계는 변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렇게 하소연을 해대는 건 어쩌면 언제나 갑이 되고 싶은 슬픈 욕망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로 이 세상에 영원히 갑인 존재는 없을까. 물론 그걸 존재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영원한 갑은 바로 ‘시간’입니다.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가끔 혹은 자주라는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가슴이 서늘한 안타까운 순간들을 맞이하게 되지요. 또 시간은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 ‘자식은 부모를 봉양하려고 하지만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모두 시간과의 싸움에서 항상 지게 되는 인간의 처지를 빗댄 말들이지요. 어렸을 때는 잘 모르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누구나 실감하게 되는 말들입니다.
요즘은 노화가 질병이라는 관점에서의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만일 노화에 대한 치료가 가능하다면 시간과의 싸움에서 항상 을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은 불가능의 영역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시간과의 싸움에서 언제나 을이어야만 할까요. 갑과 을의 관계는 바뀌는 것인데 시간과의 관계에서 인간이 갑이 될 수는 없는 걸까요.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인간이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면 그때 비로소 갑이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 바로 지금 내 앞에 있는 바로 그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 인간은 미래를 위해 사는 존재이지만, 그 미래는 충실한 현재에 터 잡고 있다.’
현재(Present)는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Present)입니다. ‘바로 지금 여기’를 사랑한다면 시간과의 싸움에서 인간도 갑에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양중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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