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선수들의 '집념', 한편의 '드라마'를 봤다 [헐크의 일기]

라오스 야구 국가대표팀 김현민 감독(왼쪽)과 이만수 전 SK 감독. 사진제공 | 헐크파운데이션

[스포츠서울] 지난 2월14일 라오스 국가대표 김현민 감독과 그의 가족, 그리고 라오스 여자야구 이준영 감독이 라오스에 들어갔다. 두 지도자들이 라오스에 들어간지 한 달밖에 되지 않는데 이미 시너지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번 라오스에서 있었던 ‘제1회 DGB컵 인도네시아 드림리그’에서 두 지도자의 짧은 훈련과 선수들간의 호흡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제인내 대표의 헌신적인 보살핌도 큰 힘이 됐다.

어제 제인내 대표가 훈련한 짧은 동영상을 보내줬다. 김현민 감독이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장면들이 꼭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선수들이 힘들어 하거나 지친 내색을 하지 않고 옆으로 빠지는 볼을 몸을 사리지 않고 다이빙 하면서 잡는 장면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 라오스 선수들이 쉬지 않고 계속 다이빙 케치 하는 장면은 좀처럼 잘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아래는 라오스 남자국가대표 김현민 감독이 보낸 글이다.

“오전부터 어린 선수들에게 수비훈련(펑고)을 일명 ‘빡세게’ 하고 있습니다. 처음은 정면 타구로 몸을 풀고 있었고 그 훈련 영상을 확인 한 센터에 있는 한국 지도자와 부회장님이 보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야구장 나두고 왜 흙에서 훈련할까?’ 하고 의아해 했는데, 2번째와 3번째 훈련 영상을 보고 해석이 됐습니다.

훈련하면서 많은 다이빙 캐치를 하게 됩니다. 인조잔디 구장보다는 흙에서 훈련하는 것이 낫다고 본 겁니다. 복사열로 생길 수 있는 화상보다 흙에서 당하는 찰과상이 더 낫겠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더운 날씨에 복사열이 생기는 인조잔디 보다는 열을 흡수하는 땅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부회장님과 동영상을 보다가 지금까지 진행된 훈련 방법과 훈련강도를 정확히 알게 됐습니다. 제가 한달 정도 되는 시간에 라오스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체력이 약해 보였는데 앞으로는 강도를 높여서 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라오스 선수들이 열성을 가지고 훈련하는 것도 돌아오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꼭 태국을 이기겠다는 강한 집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과 같이 10년을 지냈지만, 사실 이렇게 열정적으로 하는 문화를 보유한 민족은 아니다. 경기에 져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라오스 선수들의 모습이 확 달라졌다.

앞으로 두 지도자들로 인해 라오스에서 펼쳐질 놀라운 일들을 기대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생전 처음 가보는 낯선 라오스 땅에서 남·여 국가대표 선수들과 또 처음 야구를 접해보는 어린 선수들과 함께 운동하면서 여러가지로 기대도 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불안감과 염려 걱정이 앞설 것이다.

그러나 나는 두 지도자를 믿고 있다. 평생 야구를 했던 후배들이기에 비록 언어와 문화 그리고 한국선수들이 아닌 라오스 선수라는 것 하나만 다를 뿐 야구는 매 한가지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특히 김현민 감독은 한국프로야구 선수로 활동했고 또 지도자로서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기에 충분히 라오스 선수들을 잘 이끌어 갈 것이라 믿는다. 본인 또한 야구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많은 후배이기에 선배로서 걱정이 되지 않는다.

이만수 전 SK 감독 ·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