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리바운드' 장항준 감독, 유쾌함 뒤에 자리한 뚝심
'리바운드'로 6년 만에 '본업 복귀'
"전 세대에게 위로와 위안이 되는 영화가 되길"
속으로 생각하기도 어려운 걸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럼에도 밉지 않고 충분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유쾌함이 사람으로 태어나면 바로 그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장항준 감독이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장점이자 매력을 꾹꾹 눌러 담은 작품이 마침내 스크린에 걸렸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리바운드'(감독 장항준)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쉼 없이 달려간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다.
개봉을 앞둔 지난달 31일, 장항준 감독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 열렸던 '리바운드' 언론·배급 시사회 이후 작품에 관한 호평이 끊이질 않았고, 이날 장 감독은 특유의 환한 미소를 장착하고 취재진을 맞이했다.
작품은 교체선수도 없이 단 6명의 선수로 전국 대회 결승 진출을 이뤄낸 강양현 코치(現 3X3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와 부산 중앙고 농구부의 실화를 소재로 한다. 당시 이 뉴스를 접한 '범죄도시' 제작진은 영화보다 더 극적인 이야기에 매료돼 10여 년 동안 영화화를 준비했다.
이 가운데 장 감독은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 권성휘 작가에게 시나리오를 받았고 아내이자 다수의 히트작을 보유한 김은희 작가와 함께 각색해 지금의 '리바운드'를 완성했다. 실화가 50%, 권 작가와 김 작가가 각각 25%, 자신이 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장 감독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실제랑 다른 부분이 꽤 많았어요. 제 목표는 최대한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는 거였어요"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실화가 워낙 극적이라 억지로 드라마적인 장치를 넣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너무 드라마틱하게 보일까 봐 걱정했죠. 실제를 가장 담백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또 선수와 학교 등 실제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한국 작품을 보기 어려운데 이는 저에게 중요한 포인트였어요. 관객들이 알든 모르든 바꿀 수 없는 진실이니까요. 이를 위해 상대편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부터 허훈, 강상재 선수까지 다 허락받았어요. 흔쾌히 사용해도 된다고 하셨죠."
당시 일어났던 일을 최대한 그대로 스크린에 걸고 싶었던 장 감독은 젊고 얼굴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 그중에서도 농구를 잘하고 실제 인물과 신장이 비슷한 이들을 찾기 위해 약 500명이 모인 '농구 오디션'을 개최했다. 배우가 아닌 캐릭터 그 자체로 먼저 보이길 원했기 때문이다. "설경구 형이 하겠다고 해도 안 됐다"고 너스레를 떤 장 감독은 "모든 조건을 갖추고 연기까지 잘하는 배우를 찾기 위해 시간이 정말 많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모두가 결말을 알고 있지만 저희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한 작품이에요. 그런 면에서 더 홀가분했던 거 같아요. 스릴러는 보통 절름발이가 범인이거든요(웃음). 시사회 후기를 보니까 결과를 알아도 조이는 게 있다던데요?"라며 밝게 웃어 보였다.
작품을 보면 장 감독이 보인 자신감의 이유를 바로 알 수 있다. '리바운드'는 기존에 쉽게 접했던 언더독(스포츠에서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의 이야기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가운데 실제 인물인 강양현은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강요하는 스승이 아니라 선수들과 함께 성장한 미숙한 코치다. 여기에 장항준의 유쾌함과 안재홍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만나 매력적인 캐릭터로 새롭게 탄생했고, 이를 필두로 지루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코미디를 적절하게 녹여냈다.
"안재홍 배우, 강양현 감독과는 셋이 실제로 많이 만나고 술도 마시면서 친해졌어요. 강양현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화되는 게 좋았나 봐요. 필요하다면 자기를 영화 안에서 죽여도 좋다더라고요. 그만큼 순박한 사람이고 저랑 안재홍을 참 좋아했어요. 특히 저를 더 좋아했죠. 세상에 절 안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웃음). 또 안재홍은 실제로 부산 사람인데 강양현의 걸음걸이부터 말투까지 다 배웠어요. 강양현의 그릇에 장항준을 넣고 안재홍이 먹은 거죠."
이에 그는 "재방송을 너무 많이 해서 예능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예능인으로서 탑을 찍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라고 해명하는가 하면, "불러주시니까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해요. 예능 작가 출신이라 현장을 가면 다 제 후배예요. 옛날 생각이 나서 그런지 더 몸 사리지 않으려고 해요. 못 웃긴 날은 어깨가 축 처져서 오고요"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오랜만에 본업으로 복귀하는 만큼, 장 감독은 설레면서도 떨리는 마음을 솔직하게 내비쳤다. 작품을 홍보하는 여러 자리에서 '유작이 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지만,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 '리바운드'는 감독 장항준의 다음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고 "60대에도 영화를 하고 싶다"는 그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하는 작품이 될 듯하다.
"감독이나 코치는 완성된 상태로 오는 게 대부분인데 저희는 코치가 제일 성장해야되는 사람 중 하나라는 점이 여느 스포츠 영화와 달라요. 어떻게 보면 스승이 없는 거죠. 전 세대에게 위로와 위안이 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강 코치에 선수들에게 '여기서 지더라도 인생이 끝난 건 아니다'라고 하는데 관객들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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