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이냐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냐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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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자신을 진보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문제점은 뭘까.
지나치게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나 노동조합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노동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중소영세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을 위한 정책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이들이 빈번하게 직장을 이동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진보 주류나 노동조합은, 스웨덴의 연대적 임금정책에서 유래한 이 ALMP에 별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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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자신을 진보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문제점은 뭘까. 지나치게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나 노동조합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노동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어떤 활동가는 망하기 직전의 대기업을 국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우리의 피 같은 세금을 평생을, 고임금에, 좋은 근로조건을 누린 이들을 위해 쏟아부어야 하나?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실업자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노동조합은 실업자를 위한 정책에 별 관심이 없다. 진보 주류나 노동조합은 대기업 노동자의 정리해고에 대해서는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코로나 위기나 경기변동에 따라서 사업장에서 떨어져 나와 낙엽처럼 우수수 흩어지는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망하기 직전 대공장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서 희망 버스를 통한 연대를 표시하는 데는 관심이 크지만, 매일매일 해고되는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에는 깃발 한 번 들지 않는다.
중소영세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을 위한 정책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이들이 빈번하게 직장을 이동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상용 5인 이상 사업체 상용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7년(2021년 기준)이다.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턱없이 짧다.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을 제외한 노동자들은 대체로 빈번하게 이동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면 이들의 취업능력을 개선해 보다 좋은 일자리를 갖게 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상향 이동을 촉진하는 이 정책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실업자나 빈번하게 직장을 이동하는 노동자를 위한 대표적인 정책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하 ALMP로 표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진보 주류나 노동조합은, 스웨덴의 연대적 임금정책에서 유래한 이 ALMP에 별 관심이 없다. ALMP는 직업훈련과 고용서비스 등을 통해 재취업을 촉진하는 제도다. ALMP에는 기본적으로 '고용의 원리'(스웨덴어: arbetslinjen)에 기초해 있는 스웨덴 복지국가의 원리가 담겨 있다. 고용의 원리란 근로능력이 있는 모든 사람은 현금복지를 제공받기보다 취업해 있어야 한다는 원리를 말한다. 복지급여도 취업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연대적 임금정책을 만든 스웨덴의 예스타 렌(Gösta Rehn)은 196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인력사회국 국장으로 취임하면서 유럽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 ALMP를 확산시켰다. 이렇게 하여 ALMP는 주요 복지국가의 핵심적인 원리로 부상했다.
그런데 이 ALMP에 도전하는 두 개의 흐름이 출현했다. 첫째는 기본소득이고, 둘째는 일자리보장제다. 기본소득은 누구에게나, 정액급여를,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을 특성으로 갖는 그야말로 현금복지의 상징 같은 제도이다. 그리고 일자리보장제란 "민간 고용시장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모든 사람을 국가가 고용해 알맞은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제도이다. 이때 국가에 고용된 이들이 받는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다."
저출산으로 점점 더 노동력 부족이 예상되는 이때, 그리고 여성의 고용률이 턱없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요구되는 것은 기본소득과 일자리보장제와 같은 유토피아가 아니라 실업자나 비경제활동인구를 직업훈련과 고용서비스를 통해 취업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대한 적극적 투자와 현대화이다.
정승국 고려대 노동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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