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안왔으면 했어요" 불안했던 박정아는 결국 '끝내줬다' [★현장]

인천=안호근 기자 2023. 4. 6.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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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인천=안호근 기자]
6일 챔프전 5차전에서 도로공사의 득점 후 기뻐하는 박정아(오른쪽). /사진=KOVO
[인천=안호근 스타뉴스 기자] "한 번도 그런 생각 안했는데 나한테 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결정적인 순간마다 진가를 발휘했다. 심지어 그 무대가 올림픽어도 강심장의 면모는 빛났다. 박정아(30·김천 한국도로공사)가 '클러치박'이라 불리는 이유다. 그런 그에게도 이 순간 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결국 그는 끝내줬다.

박정아는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흥국생명과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5차전에서 블로킹 2득점 서브에이스 하나 포함 23득점하며 팀의 풀세트 접전 3-2(22-25, 25-23, 25-23, 23-25, 15-13) 승리를 안겼다.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는 캣벨이었고 공격성공률 44.83%를 기록한 미들블로커 배유나도 인상 깊었지만 도로공사를 우승으로 이끈 박정아의 클러치 본능은 이날도 빛났다.

정규리그 3위로 봄 배구에 나선 도로공사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프전에 올랐으나 1,2차전을 내주며 3연패 탈락 위기에 몰렸다. 역대 챔프전에서 1,2차전을 모두 내준 팀은 5차례 중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0% 기적'이 필요한 상황 박정아는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다. 챔프전 1차전을 앞두고 감기에 걸렸고 1,2차전에선 마스크를 낀 채 경기를 치러야 했다. 3,4차전 홈에서 승리를 이끌었으나 이날까지도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클러치박'은 빛났다. 5세트 박정아는 양 팀 최다인 6점을 올렸다. 시작을 서브에이스로 열었고 블로킹 득점도 성공시켰다. 13-12 살얼음판 리드에서도 오픈 공격을 성공시켰고 14-13, 자칫 듀스로 향할 수 있던 상황에서 경기를 끝낸 것도 박정아였다.

수비벽을 뚫고 득점을 성공시키는 박정아(왼쪽). /사진=KOVO
경기 후 김종민 감독은 "끝날 때까지도 (우승을) 확신하지 못했다"며 "14-13에서도 이걸 때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박)정아가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고 승부처를 되돌아봤다.

이윤정의 빠르게 날아든 토스를 박정아가 받아 때렸고 퀵오픈 공격은 흥국생명 코트의 빈 공간을 갈랐다. 김 감독은 "가볍게 위에서 빨리만 때리라고 말했다 흥국생명과 움직이는 수비가 안 되니 가볍게 넘겨줘도 된다고 했다"며 "그래서 정아가 조금은 편하게 하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박정아는 경기 후 "우리도 몰랐는데 아무도 예상 못한 일을 해낸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이긴 게 맞나 싶기도 하고 너무 좋다"며 "1세트 10연속 공격을 하고부터 죽을 것 같았다. 나만 힘든 건 아니데 너무 힘들어서 티가 났다. 옆에서 많이 도와줘서 참고 할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박정아는 "그 전에도 아웃이었는데 (비디오판독 결과) 터치아웃이 된 것이었고 그 전에도 포인트를 못 냈다"며 "한 번도 그런 생각을 안 했는데 나한테 또 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윤정이가 또 주더라. 다행히 득점이 났다"고 기뻐했다.

벌써 5번째 우승을 맛본 박정아는 올 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김종민 감독은 "다 같이 가고 싶다. 세터만 바뀌었지 그대로고 사람들은 이상하게 팀 만들어놨다고 하지만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더 잘할 수 있게 만들어놨기에 그 위치에서 잘하면 더 강해지는 힘이 있다"며 "조직력으로 잘하는 팀이기에 누구 하나 빠지면 쉽지 않다. FA 선수들의 자유가 있지만 구단에는 될 수 있으면 잡아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박정아는 "FA는 아직 생각도 안했다. 항상 건강했는데 이번 시즌엔 그렇지 못해 첫 경기부터 못 뛰었고 중간에도 쉬어갔다"며 "관리를 못했고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도 있었다. 잘 이겨낸 시즌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우승을 할 땐 모두 할 것 같았는데 이번엔 전혀 기대 안했기에 더 크게 기억에 남는 것 같다"고 여운을 남겼다.

인천=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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