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명장에 아픔 줬다…기적의 역스윕, V2 가져온 김종민 “선수들에게 감동받았다” [도로공사 V2]

이정원 MK스포츠 기자(2garden@maekyung.com) 2023. 4. 6.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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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에게 감동받았다.”

김종민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도로공사는 6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흥국생명과 도드람 2022-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판 3선승제) 5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2(23-25, 25-23, 25-23, 23-25, 25, 15-13)로 승리하며 2017-18시즌 이후 5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도로공사는 V-리그 역사를 만들었다. 1, 2차전 패배 팀의 우승 확률이 0%였으나 도로공사가 그걸 깼기 때문이다.

김종민 감독이 선수들에게 감독을 받았다는 말을 전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도로공사는 1, 2차전을 먼저 내줬다. 그러나 홈에서 3, 4차전을 가져오며 분위기 반전을 일궜다. 그리고 흥국생명 팬들이 가득한 인천에서 5차전을 가져오는 기적을 만들었다.

경기 후 김종민 감독은 “기적을 일궈낸 선수들에게 너무나도 고맙다. 선수들에게 감동받았다”라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이하 김종민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Q. 우승 소감은.

기적을 일궈낸 선수들한테 너무나도 고맙다. 선수들에게 감동을 받았다.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들에 ‘살살하라’라는 말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눈빛들은 살아 있었다. 워낙에 경험 많은 선수들이 많다. 상대가 어떤 리듬인지 파악하고 운영을 했던 게 이길 수 있었다.

Q. 마지막 세트 비디오 판독이 신의 한 수였는데.

사실 그냥 한 번 누른 것이다. 정확하게 보지 못했다. 투 블로킹이 떴을 때 ‘맞을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은 했는데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흐름을 한 번 끊고 가자는 생각이었다.

Q. 언제 우승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는지.

우승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은 끝날 때까지 들지 않았다. 5세트 14-13에도 ‘이걸 때릴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많았다. (박)정아 상태가 좋지 않았다. 가볍게 위에서 빨리 때리라고 했다. 그래서 정아가 편하게 하지 않았나.

Q. 19-23에서 연속 6점을 거두며 대역전극을 만들었는데.

경기 내용이 하나도 기억 안 난다. 우린 한 게 없다. 상대가 범실을 하며 흐름이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 우리가 잘 한 건 없었다. 선수들도 힘들어해서 범실을 줄이자고만 했다.

Q. 2017-18시즌 처음 우승했을 때와 다른 게 있다면.

그때는 우리 팀이 우승 후보로 지목되었다. 전력도 좋았다. 그때는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좀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처음부터 우리에게 관심도 없었다. 선수들과 난 마음 편하게 준비했다. 챔프전도 우리는 잃을 게 없었다. ‘버티자’라는 생각이었다. 선수들이 확실히 잘 버텨줬다.

Q. 시즌 전만 해도 도로공사는 봄배구에 가지 못할 전력이라는 말이 많았는데, 어떤 마음이었는지.

난 그렇게 생각 안 하고 있었다. 선수들에게 늘 우린 ‘어느 팀에게도 이길 수 있고, 질 수 있다. 똘똘 뭉치지 않으면 안 된다. 옆에 있는 사람을 도와주며 시즌을 치러야 한다’라고 했다. 나 잘 났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우린 누구 한 명이 아니라 6~7명이 뭉치면 잘하는 팀이다. 그럼 공격력도 괜찮아진다. 그 뭉치는 역할을 하고, 가장 중요한 선수가 이윤정이다. 윤정이가 많이 혼났다. 사실 오늘도 아무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아 뭐라 했다. 굉장히 잘했다. 간은 큰 것 같다. 멘탈도 아주 좋다.

Q. 팀 내 주축 선수 5명이 FA로 풀리는데.

김종민 감독이 활짝 웃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정말 다 같이 가고 싶다. 지난 우승 때와 비슷하면 세터만 바뀌었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팀을 바꿔놨다고 하지만 잘 할 수 있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FA라는 게 선수의 자유다. 일단은 구단에 잡아달라고 요청을 할 생각이다.

Q. 캣벨과 동행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한 번 지켜보겠다. 캣벨이 처음에는 안 하려고 할 것이다. ‘내년에 같이 할래’라고 물어봤는데 ‘아니다’라고 펄쩍 뛰더라. 자기는 중간에 와서 뛰는 게 더 좋다고 하더라.

Q. 시즌을 치르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시즌 초반에 박정아 몸이 안 올라왔다. 또 시즌 후반에 4연패를 하면서 위기가 왔다. 그렇지만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 6라운드 때도 흥국생명을 이겼던 게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되었다.

Q. 국내 감독 자존심을 지켰는데.

외국인 감독과 시스템은 다르다. 외국은 신장이 큰 선수들을 데리고 거기에 맞는 플레이를 한다. 이번 챔프전을 앞두고 여러 감독님들에게 ‘힘내’라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그렇지만 상대가 외국인 감독이라고, 큰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

[인천=이정원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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