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90%가 챗GPT로 과제”…일본 교육현장 골치
영국 옥스퍼드대·미국 고교 금지
일본 문부과학성이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교육 현장에서 일으킬 부작용을 우려해 관련 가이드라인(지침) 검토를 시작했다고 요미우리와 아사히 신문 등이 6일 보도했다.
순식간에 작문 숙제를 완성해주는 것은 물론 번역, 수학문제 풀이까지 대신 할 수 있는 AI가 학생들의 학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AI 사용과 관련한 교육 지침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문부과학성은 ‘챗GPT 교육 현장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문부과학성은 국내외 사례를 검토하고 전문가 의견을 모아 챗GPT 사용 유의사항 등을 제시할 계획이다.
챗GPT는 미국 오픈AI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딥러닝 기반 언어 생성 프로그램이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 실제 사람과 이야기하듯 대화를 이어간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AI 기능을 검색엔진 빙과 웹브라우저 엣지에 추가했고, 구글은 대화형 AI 바드(Bard)를 내놨다. 어도비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표절 없는 이미지를 생성하는 AI 파이어플라이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AI의 발전이 교육 현장에서는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학생들이 독후감, 에세이 등의 과제를 낼 때 고난도의 글을 몇초 만에 뚝딱 생성해주는 AI를 이용하면 실력을 쌓을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요미우리는 챗GPT에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마음>에 대한 독후감을 만들어달라고 지시했더니 ‘갈등과 고뇌를 겪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상대를 이해하는 소중함을 배웠다’는 문장이 순식간에 생성됐다고 설명했다.
미 미시간대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앤터니 오만 교수는 최근 문법이 완벽하고 아이디어도 재밌어 눈길을 끈 에세이가 알고 보니 챗GPT로 작성된 것이었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그는 “철학은 논리적인 학문이라 AI와 ‘궁합’이 좋다”며 “점점 에세이를 인간이 썼는지, AI가 썼는지 판단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아사히는 한 조사에서 학생의 90%가 챗GPT를 과제 작성에 활용했다는 보고도 나왔다며 부정행위에 대한 우려로 챗GPT와 같은 AI 프로그램을 교내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등도 챗GPT 이용을 금지했고, 미국 시애틀의 일부 공립고는 교내에서 챗GPT 사용을 제한했다. 호주 대학들은 학생들이 답안 작성 과정에서 AI의 도움을 받지 못하도록 출제 방식 자체를 변경하기로 했다.
교육 현장에서 AI ‘금지령’이 이어지자 개발사들은 AI를 활용한 부정행위를 AI로 잡아내는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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