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訪中 마크롱에 극진예우 '反中 서방연대' 균열 노린다
佛 지렛대 삼아 유럽 회복노려
우크라戰 평화 촉구 공동성명
◆ 미중갈등 격화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극진한 예우와 함께 '파격적인 경제협력 선물'을 제시하며 환심 사기에 나섰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고 하는 상황에서 유럽 주요국 중 그나마 중국에 우호적인 프랑스를 지렛대 삼아 서방의 대중국 견제 단일 대오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과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방안 등을 논의했다. 특히 양국 간 무역 활성화와 기업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데 긴 시간이 할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정상회담이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은 " 프랑스의 농장에서 중국의 식탁까지 이르는 전체 사슬의 협력 메커니즘을 프랑스와 함께 만들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중국 방문에 에어버스, 알스톰, LVMH, EDF 등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60여 명을 대동한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만남에서 프랑스 기업의 대중국 사업 확대 방안도 깊숙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에어버스는 중국 내 여객기 최종 조립을 위한 두 번째 생산라인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프랑스 대통령실에 따르면 에어버스 측은 중국 항공기재집단유한회사(CAS)와 여객기 160대 구매 계약도 체결했다.
또 양국 정상은 회담 후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조기 평화협상 촉구와 핵무기 사용 반대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핵무기 비확산 국제 합의를 러시아가 지키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동맹국인 벨라루스 내에 전술핵 배치 계획을 밝힌 러시아를 겨냥한 요구였다. 다만 시 주석은 러시아를 언급하지 않은 채 "모든 나라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존중해야 한다"며 위기를 악화시키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날 회동에 이어 7일 장소를 옮겨 마크롱 대통령과 두 번째 회동을 할 예정이다. 시 주석이 외국 정상을 베이징 외 지역에서 만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2018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톈진에서 아이스하키 친선 경기를 관람한 것을 제외하면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두 정상의 회동 장소로 중국의 대표적인 수출기지이자 '개혁·개방 1번지'인 광둥성이 선택된 것도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평가다. 광둥성은 중국의 대프랑스 교역에서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 등 양국 경제협력을 상징하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선심 공세 이면에는 프랑스에 대한 중국의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퇴임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이후 유럽 주요국 정상 중 중국에 가장 우호적인 기조를 취하고 있다. 이런 프랑스를 우방국으로 끌어들인다면 최근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고립시키려는 서방의 단일 대오에 균열을 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날 시 주석도 회담이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유럽의 전략적 자주성 실현을 지지한다"며 "유럽이 독자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재범 기자 / 베이징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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