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갈라치기·마크롱의 실익외교 도킹…美에 '두통'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5∼7일 중국 국빈 방문은 중국에겐 '희망'을, 미국에겐 '두통'을 안긴 이벤트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달 하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러에 이어진 이번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 일정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중·러 연대에 대한 서방의 견제구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만연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서방의 대중국 견제 연대에서 미국과 유럽을 분리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목적과, 미중 긴장 고조 속에 중국 시장에서 이익을 확대하려는 프랑스의 실익 외교 사이에 묘한 접점이 형성된 모양새였다.
무엇보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이 듣고 싶어하는 말들을 많이 했다.
방중 첫날 교민 대상 연설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때 마크롱은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우리를 분리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중국과 상업적 관계를 계속 적극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 경제로부터의 디커플링이 이미 진행 중이며, 유일하게 남은 것은 속도와 강도의 문제뿐이라는 인상을 받는다면서 "나는 이 시나리오를 믿지 않고, 믿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에 제한을 가하고, 그 전선에 반도체 제조 장비 강국인 일본과 네덜란드의 동참을 끌어내면서 고심이 깊었던 중국으로선 자신들이 외교 회담 계기 때마다 강조해오던 메시지를 마크롱이 대신 내 준 격이었다.
물론 마크롱 대통령은 6일 회담에서 "러시아가 이성을 되찾게 하고, 모두를 협상으로 돌아오게 하는 데 있어 당신(시 주석)을 의지할 수 있음을 안다"며 서방을 대표해 중국이 대러 지렛대를 활용할 것을 촉구하긴 했다.
그러나 "평화를 위한 책임을 공유하도록 대중국 관여를 시도할 것"이라는 마크롱 대통령의 5일 발언에서 보듯 전반적인 뉘앙스는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끌어내기 위한 '관여' 쪽이었기에 대러 무기 지원 등에 대한 '견제' 일변도의 미국과는 달랐다.
이런 마크롱 대통령을 시 주석은 극진하게 대우했다. 6일 중국 관영 중앙TV(CCTV)는 시 주석이 정상회담장인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과 의장대 사열, 예포 발사 등 환영 의식 장면을 길게 보여줬다.
그리고 시 주석은 정상회담 뿐 아니라 기자회견, 기업인 회의 등에 마크롱 대통령과 나란히 자리했고, 7일 광저우로 내려가는 마크롱 대통령과 현지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라는 홍콩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의 보도도 나왔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회담에서 유럽의 '전략적 자주성'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중국-유럽 관계가 제3자의 제한을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정책에 동조하지 말 것을 마크롱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이 정도면 2021년 말 물러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바통을 넘겨 받을 중국의 대유럽 외교 1순위 파트너로 마크롱 대통령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올 만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마크롱 대통령이 챙길 반대급부는 우선 교역을 통한 경제적 이익일 것으로 보인다.
에어버스, 알스톰,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전력공사(EDF) 등 프랑스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50명 이상이 이번 국빈 방중에 동행한 것이 많은 것을 말해줬다. 마크롱 대통령은 5일 양측 기업들이 "몇 건의 중요한 거래"에 서명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메르켈만큼의 외교력과 영향력을 보이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은 상황에서 이번 방중을 유럽의 리더로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프랑스와 자신의 외교적 가치를 높이는 기회로 삼는 것도 마크롱의 기대 사항일 수 있어 보인다.
러시아에 맞서 유럽과 단일대오 구축에 어느 정도 성공한 데 이어 중국에 대해서도 유럽과 긴밀히 공조하려 하는 미국으로선 이번 마크롱의 행보가 썩 달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를 통한 미국의 대(對)호주 핵 추진 잠수함 수출 결정이 프랑스의 대호주 재래식 잠수함 수출을 좌초시킨 앙금이 프랑스를 대중국 실익외교 쪽으로 떠미는 데 일정한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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