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유씨 부부, 피해자 두고 “죽일 거다”
부부와 피해자, 한때 공동투자자…코인 폭락하며 법정 다툼
투자자 사이 대화 녹음 파일엔 피해자에 강한 적대감 드러내
경찰, 2년 전 퓨리에버와 연관성 조사…유씨 부부 등 5명 출금
강남 납치·살해사건 배후로 의심받는 유모씨가 체포되면서 사건의 윤곽이 점차 잡혀가고 있다. 유씨 부부, 주범 이경우씨(36) 등 피의자와 피해자 A씨(48) 간 가상자산 ‘퓨리에버’ 코인을 둘러싼 갈등도 조금씩 퍼즐이 맞춰지는 양상이다. 유씨 부부가 A씨를 두고 과거 “도를 넘었다” “직일(죽일) 거다”라고 말한 녹음 파일도 나왔다.
경향신문은 6일까지 퓨리에버 코인 초기 투자자이면서 고소·고발전에 연루된 이들을 여럿 접촉했는데, 이들은 “A씨와 유씨 부부가 원래는 한패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홍콩 소재 법인을 운영하던 A씨가 퓨리에버재단으로부터 코인 5억원어치를 ‘프라이빗 세일’로 사들였다고 했다. 프라이빗 세일이란 ‘큰손’ 투자자만 참여할 수 있는 사전 비공개 거래를 말한다. A씨는 5명의 투자자로부터 각 1억원씩 총 5억원의 자금을 모았는데, 유씨 부부도 여기에 포함됐다.
이후 A씨와 유씨 부부는 ‘동업 관계’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유씨 부부가 세력을 동원해 자금 30억원을 모았고, 이 돈으로 코인 가격을 ‘가두리 펌핑’했다”고 했다. 2020년 11월13일 코인원에 1코인당 약 2000원에 상장된 퓨리에버 코인은 가격이 치솟기 시작해 12월21일 최고가인 1만345원을 기록했다. 이때 차트를 움직인 세력의 주축이 유씨 부부라는 게 일부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차트가 정점에 달했던 시점에 ‘모종의 이유’로 A씨의 코인 지갑이 동결됐고, 그로 인해 물량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코인 가격이 급락했다고 말했다. 투자 피해자 B씨는 “당시 유씨 부부가 상의 없이 시세를 조작해 따로 이득을 챙겼단 사실을 알고 A씨가 격분해 지갑을 동결했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했다. 이후 A씨와 유씨 부부 사이가 급격히 나빠졌다.
A씨와 유씨 부부는 각자의 책임을 부인하며 법적 다툼을 벌였다. 유씨 부부는 시세조작은 없었으며, 자신들 역시 투자금 1억원의 몫을 제대로 분배받지 못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A씨를 상대로 투자 손실 책임을 물어 9억원대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납치·살해사건의 범행 동기는 여전히 묘연한 상태다. 배후로 지목된 유씨 부부가 이씨를 시켜 A씨를 납치·살해할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재력가인 유씨 부부가 고작 1억원의 손실이 났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였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경향신문이 확보한 투자자 사이 녹음 파일에는 유씨 아내 황모씨가 A씨에 대한 적대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화가 담겼다. 2021년 2월25일 한 투자자와의 대화에서 황씨는 “저 X는 내가 직일 테니까. 직이는 건 언제든지 직일 수 있다니카네.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벌써 불질러뿟어요. 직이는 거 원래 내 전문이다”라고 말했다. 유씨는 “(A씨가) 도를 완전 넘었어. 뒤에서 뒤통수 까는 거 이래저래 녹음하고, 사람들 모아서 막 이 XX를 하는기야”라고 했다.
경찰은 2년 전 퓨리에버 코인을 둘러싼 다툼과 이번 사건의 연관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유씨 부부를 포함한 5명이 출국금지된 상태다. 경찰은 유씨가 이씨에게 4000만원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이 돈과 범행의 연관성을 수사하고 있다. 가상통화 거래소 코인원은 이날 서비스 안정화를 이유로 퓨리에버 코인 출금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단 시한은 밝히지 않았다.
이유진·강은·강연주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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