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쏟아부은 챔프전 5차전, 2시간38분 최장 혈투 끝에 도로공사 ‘역스윕’ 우승···캣벨 MVP

이정호 기자 2023. 4. 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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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배구단의 5차전 경기. 이날 경기에서 승리해 챔피언에 오른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3.4.6 연합뉴스



마지막 5차전 승부까지 이어진 대혈투에 선수들의 플레이는 초반부터 마치 슬로모션을 보는듯 했다. 스파이크를 때리기 위한 점프 타점이 낮아지면서 한 번에 마무리되지 않는 공격에 랠리가 길어졌다. 매 포인트마다 체력전이었다.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공이 나올 때마다 답답한 표정을 짓는 순간이 많았다. 세트마다 순간 집중력을 잃으면 4~5점의 리드도 순식간에 따라잡히는 혼전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단 1승에 걸린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누구도 쉽게 놓으려 하지 않았다.

여자배구 한국도로공사가 챔피언결정전 역대 최장 2시간38분의 대혈투 끝에서 웃었다. V리그 남녀부 챔피언결정전 역사를 통틀어 최초로 2패 뒤 3연승의 ‘역스윕’ 첫 역사를 쓰며, 통산 두 번째 챔피언결정전 정상 등극의 감격을 누렸다.

도로공사는 6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 5차전에서 흥국생명에 세트스코어 3-2(23-25 25-23 25-23 23-25 15-13)로 이겼다. 도로공사는 이날 승리로 2017~2018시즌(통합우승)에 이어 두 번째로 챔피언결정전에서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도로공사의 우승은 V리그에서 이전까지 없었던 기적의 스토리다. 정규리그 3위로 4년 만에 ‘봄 배구’ 무대에 선 도로공사는 플레이오프(PO)에서 2위 현대건설을 잡았다. 그리고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체력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1·2차전을 내리 패한 뒤 안방 김천에서 3·4차전을 잡아 승부를 원정으로 돌리더니 결국 ‘적지’에서 열린 5차전 승리까지 거머쥐었다. 여자배구 챔피언이 5차전 승부 끝에 가려진 것은 이번이 4번째였는데, 먼저 2패한 팀의 챔피언결정전 ‘역스윕’ 우승은 남녀 배구를 통틀어 첫 기록이다. 앞서 ‘2패 뒤 2연승’도 첫 기록이었다. 정규리그 3위 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역대 세 차례 뿐인 진기록이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김종민 감독은 전날 미팅에서 선수들을 모아놓고 “우리는 이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올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며 “이제 그 기적을 기록에 남기느냐, 팬들의 기억에서 잠시 남느냐는 5차전에 달렸다”고 마지막 투지를 주문했다.

도로공사 선수들은 이날도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1세트 12-18까지 뒤지던 경기를 20-20 동점을 만들고도 내준 도로공사는 2세트 17-12로 앞서다 동점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23-23에서 박정아의 공격으로 세트포인트를 잡은 뒤 배유나가 김미연의 공격을 블로킹하며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승부처였던 3세트에서는 19-23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상대 범실 3개에 캐서린 벨이 공격을 묶어 연속 6득점, 짜릿한 뒤집기에 성공했다.

4세트에 마무리하지 못하며 접어든 마지막 5세트. 도로공사는 13-12에서 두 번의 비디오 판독 끝에 상대 터치아웃을 잡아낸 뒤 14-13에서 박정아가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도로공사 외인 캣벨은 경기 뒤 기자단 투표에서 17표를 받아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4차전에서도 캣벨이 양 팀 최다 30점을 올린 캣벨은 이날 체력이 떨어진 동료들을 대신해 해결사로 나서며 45.45%의 공격 성공률로 32점을 올렸다. 캣벨은 지난 시즌 흥국생명에서 뛰어던 선수다.

김연경. 한국배구연맹 제공



지난 시즌 6위에서 시즌중 감독 경질 논란 등 악재를 극복하면서 정규리그 1위에 올라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흥국생명은 올 시즌 최다 관중 6125명(시즌 7번째 매진)이 모인 가운데 4번째 통합우승까지 노렸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V리그에 복귀한 ‘배구 여제’ 김연경의 14년 만의 V리그 챔피언결정전 정상 꿈도 무산됐다. 김연경은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되면서 잔류, 이적, 은퇴 가능성으로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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