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서 돈 빼고 대출 줄인 가계…저축성 예금 100조원 급증
가구 처분가능소득 7.2% 늘며 순자금 운용액은 35조9000억원 증가
가계 자금조달액 112조 급감…비금융 법인기업 순조달액 사상 최대
지난해 가계가 주식 투자와 대출을 줄이고 여윳돈을 예금에 넣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금리 상승과 자산시장 부진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가계의 저축성 예금이 100조원 늘어나는 등 가계의 예금 비중이 44% 수준으로 높아졌다. 반면 2021년 20%를 넘어섰던 주식 비중은 17%대로 내려왔다. 기업의 경우 운전자금 수요가 늘면서 1년 전보다 더 많은 돈을 금융기관에서 빌렸다.
한국은행이 6일 공개한 자금순환(잠정) 통계를 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지난해 순자금 운용액은 182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5조9000억원 늘었다.
순자금 운용액은 각 경제주체의 해당 기간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여윳돈에 해당하는 값이다. 자금 운용액은 금융자산 거래액이라고 보면 된다. 보통 가계는 순자금 운용액이 양(+)인 상태에서 여윳돈을 예금이나 투자 등을 통해 순자금 운용액이 대체로 음(-)의 상태인 기업·정부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문혜정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작년 가계의 순자금 운용액이 증가한 데 대해 “소비가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늘었지만, 소득이 크게 증가하면서 금융자산으로 순운용(자금운용-자금조달)한 규모가 전년보다 커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89만원으로 2021년(363만원)보다 7.2% 늘었다. 근로소득이 늘었을 뿐 아니라 소상공인 손실보전 등 이전소득도 더해졌기 때문이다.
자금 운용을 부문별로 나눠보면 주식 비중을 줄이고 예금에 돈을 넣는 모습이 뚜렷했다. 가계의 저축성 예금은 2021년 82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182조9000억원으로 100조7000억원 급증했다. 반면 가계가 투자펀드를 제외한 국내외 주식을 사들인 규모는 2021년 112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40조6000원으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 평균이 2.77%로 높았던 반면, 연평균 코스피는 2021년 3111에서 지난해 2522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2021년 20.8%에 이르렀던 가계 금융자산 내 주식의 비중은 2022년 17.8%까지 떨어졌다. 예금 비중은 43.5%로 1년 전 41.0%보다 늘어 2011년 45.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가계는 지난해 총 80조6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전년(193조4000억원)과 비교해 112조8000억원이나 줄었다. 자금조달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융기관 차입(대출)이 189조6000억원에서 66조8000억원으로 급감한 영향이 컸다. 문 팀장은 “대출금리 상승, 대출규제, 부동산 부진 등의 영향으로 가계 대출 증가폭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반면 비금융 법인기업의 경우 지난해 순조달 규모가 175조8000억원으로 1년 전(66조3000억원)보다 109조5000억원 큰 폭 늘었다. 이는 해당 통계가 시작된 2009년 이후 가장 많은 순조달액으로, 그만큼 사정이 어려운 기업이 지난해 많은 자금을 끌어 썼다는 얘기다.
일반 정부 역시 순조달 규모가 1년 사이 11조1000억원에서 39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응 관련 재정집행 등으로 정부 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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