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 우승으로 정의 구현' 도로공사의 감동적인 리버스 스윕

인천=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2023. 4. 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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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3위하고 챔프전 우승한 한국도로공사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배구단의 5차전 경기. 이날 경기에서 승리해 챔피언에 오른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3.4.6 tomatoyoon@yna.co.kr (끝) 연합뉴스


프로배구 여자부 한국도로공사가 V리그의 새 역사를 썼다. 남녀부 통틀어 챔피언 결정전 1, 2차전 패배 팀이 우승을 차지한 건 한국도로공사가 처음이다.

도로공사는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챔피언 결정전 5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 대 2(23-25, 25-23, 25-23, 23-25, 15-13)로 승리했다. 5전 3선승제 챔피언 결정전에서 1, 2차전을 모두 패했지만 이후 3차전부터 모두 승리를 거둬 짜릿한 리버스 스윕을 달성했다.

올 시즌 감독 및 단장 경질 사태를 일으켜 빈축을 산 흥국생명의 통합 우승을 가로막았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을 중심으로 팀이 하나로 뭉쳐 정규 리그 1위에 올랐지만 구단 수뇌부의 독단적인 운영으로 비난을 피할 순 없었다. 도로공사는 이런 흥국생명의 우승을 저지하면서 배구계의 정의를 구현해냈다.

도로공사는 올 시즌 하위권에 머물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주전 세터 이고은과 외국인 선수 켈시가 떠났고, 프로 데뷔 2년 차 세터 이윤정이 정대영, 임명옥, 배유나 등 베테랑 선수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았다.

에이스 박정아는 시즌 초반부터 대상포진을 앓았고, 올 시즌 새 외국인 선수로 영입한 카타리나는 좀처럼 V리그 무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정규 리그 2위에 오르는 등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올 시즌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카타리나의 대체 선수 캣벨이 합류한 4라운드부터 점차 경기력이 올라왔다. 여기에 대상포진으로 고생했던 박정아도 컨디션을 회복해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후반기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탄 도로공사는 20승 16패 승점 60을 기록, 정규 리그를 3위로 마치고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4위 GS칼텍스(승점 56)를 4점 차로 따돌린 도로공사는 3위와 4위와 승점 격차가 3 이하일 경우 성사되는 준플레이오프 없이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상대는 올 시즌 개막 후 15연승을 달리는 등 무서운 상승세를 보인 2위 현대건설이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4라운드부터 허리 부상으로 이탈한 외국인 선수 야스민의 공백 탓에 고전을 면치 못했고, 그 여파는 플레이오프까지 이어졌다. 대체 선수 몬타뇨 등이 분전했지만 야스민의 공백을 절감한 채 플레이오프에서 도로공사에 무릎을 꿇었다.

시즌 내내 기복 있는 모습을 보인 세터 이윤정이 모처럼 제 역할을 해냈다. 과감한 토스로 공격을 진두 지휘하는 등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평소 칭찬에 인색한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이 "깊은 감명을 받았다. 전혀 긴장을 하지 않았고, 흔들리는 모습도 없었다"고 극찬할 정도였다.

도로공사는 현대건설과 3전 2선승제 플레이오프를 2차전 만에 끝내고 2018-2019시즌 이후 4년 만에 챔피언 결정전 무대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4년 전 챔피언 결정전에서 트로피를 두고 다툰 흥국생명과 다시 만났다. 당시에는 흥국생명이 우승을 차지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을 앞세워 정규 리그 1위를 차지한 흥국생명의 저력은 막강했다. 도로공사는 5전 3선승제 챔피언 결정전에서 1, 2차전을 먼저 내주고 궁지에 몰렸다. 흥국생명이 1, 2차전 승리팀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 확률 100%(6회 중 6회)을 가져가면서 승부는 이대로 끝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홈에서 열린 3, 4차전을 내리 따내며 승부를 5차전으로 끌고 갔다. 신인 이예은의 매서운 서브로 3차전 승리를 거둔 뒤 4차전에서 캣벨이 양 팀 최다인 30점을 터뜨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 2차전 패배 팀이 3, 4차전을 이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세를 몰아 1, 2차전 패배 팀이 우승을 거두는 0%의 기적을 이뤘다. 마지막 5차전에서 흥국생명을 세트 스코어 3 대 1로 꺾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2017-2018시즌 이후 5년 만에 챔피언 결정전 정상에 올랐다.

정규 리그 3위 팀이 1위 팀을 꺾은 업셋 우승이다. 도로공사는 올 시즌 하위권에 머물 거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반전 드라마를 썼다. 경기 전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기록에 남느냐, 기억에 남느냐가 5차전에 달렸다"고 말했는데, 도로공사는 이날 우승을 차지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인천=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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