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감독 제안에 담긴 ‘한국 축구 향한 진심’
콜린 벨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62)의 최근 재계약 소식은 축구계를 강타한 대한축구협회의 승부 조작 사면령에
묻혔다. 벨 감독이 지난해 인도 아시안컵 준우승 직후 계약을 연장해 주목받은 것과 비교된다.
한국 여자축구 최초의 외국인 지도자인 그는 2019년 10월 부임한 이래 성적으로 자신을 증명했다.
여자 연령별 대표팀 모두 관장
유소년 등 ‘뿌리’ 키우길 원해
협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6일 “유럽의 다수 구단이 벨 감독을 원했다. 그를 붙잡기 위해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을 치르기도 전에 2024년 12월까지 재계약을 제안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벨 감독 역시 “한국에 최대한 오래 머물고 싶다”는 자신의 바람대로 계약서에 주저없이 사인했다.
다만 벨 감독은 협회에 재계약에 앞서 한 가지 조건을 요구했다. 그는 여자축구 연령별 대표팀을 모두 관장하는 ‘어드바이저’로 역할을 원했다.
대외적인 직함을 바란 게 아니다. 영국 태생으로 한국에서 이방인인 그는 오히려 한국 여자축구의 뿌리를 함께 키워가길 바랐다. 성인 대표팀 사령탑이 여자 유·청소년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정기적으로 만나고 훈련까지 관여하면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7일부터 잠비아와의 2연전
지소연 결장 변수 극복에 주목
벨 감독은 “가능하면 코칭스태프와 미팅을 매달 진행하고 싶은 바람”이라며 “전술이나 포메이션 같은 축구 기술보다 플레이의 원칙을 논의하는 자리여야 한다. 우리 나라(한국)에 어떤 역량의 선수가 필요한지 이야기하고 싶다.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교류하면 올바른 방향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벨 감독은 여자실업축구 WK리그 감독들과 협업도 꿈꾼다. 대표팀의 모든 훈련법과 전술을 공개하는 동시에 국가대표급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조건까지 공유했을 정도다. 협회 관계자는 “WK리그 감독이라면 대표팀 훈련장도 언제든지 오픈한다는 게 감독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벨 감독의 진심은 그가 한국어를 배우는 것에도 잘 확인된다. 부임 첫해부터 선수들의 이름을 읽고 쓸 수 있도록 칠판에 한글을 쓰며 몸에 익혔고, 이젠 인터뷰에서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영어가 아닌 한국어를 쓸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과거 한국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외국인 지도자들이 통역에만 의존했던 것과 다르다. 벨 감독의 남다른 마음가짐은 위르겐 클린스만 남자축구대표팀 감독도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남겼다. 축구 팬들이 벨 감독이 오랜 기간 여자축구를 이끌기 바라는 배경이다.
벨 감독은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호성적으로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4년 전 프랑스 대회에서 3전 전패로 탈락했던 한국은 이번엔 다른 결과를 다짐하고 있다. 다행히 조 추첨 결과가 나쁘지 않다. 이번 대회에선 모로코와 콜롬비아, 독일과 함께 H조에 묶였다.
대표팀이 가상 모로코를 가정해 초청한 잠비아와의 A매치 2연전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낸다면 16강 진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7일 첫 경기는 지소연(수원FC)이 발목 부상으로 결장하는 변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전포인트다. 아프리카 축구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고 주축들이 부상으로 빠진 자리의 새 얼굴을 테스트해볼 기회다.
파주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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