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결핍에 대한 시각, '코 없는 코끼리'로 표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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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한테는 코가 가장 크고 중요하잖아요. 때로는 중요한 것이 없어진 후에야 비로소 다른 것들을 볼 수 있죠."
6일 개막한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서 비엔날레 재단이 선정한 '박서보 예술상'을 받은 엄정순 작가는 비엔날레에 내놓은 자신의 작품 '코 없는 코끼리(2023)'를 이렇게 설명했다.
엄 작가는 인도네시아, 일본을 거쳐 한반도에 처음 들어온 코끼리의 수난 여정을 따라가는 작업을 하면서 이동 경로상에 있는 도시의 시각장애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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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코끼리한테는 코가 가장 크고 중요하잖아요. 때로는 중요한 것이 없어진 후에야 비로소 다른 것들을 볼 수 있죠."
6일 개막한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서 비엔날레 재단이 선정한 '박서보 예술상'을 받은 엄정순 작가는 비엔날레에 내놓은 자신의 작품 '코 없는 코끼리(2023)'를 이렇게 설명했다.
엄 작가는 인도네시아, 일본을 거쳐 한반도에 처음 들어온 코끼리의 수난 여정을 따라가는 작업을 하면서 이동 경로상에 있는 도시의 시각장애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시각장애 학생들이 청각, 촉각, 후각으로 느낀 코끼리를 표현한 조형물을 재해석해 '코 없는 코끼리'를 선보였다.
코끼리의 코는 신체장애를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편견, 선입견과도 같은 선상에 있다.
직접 만져볼 수도 있는 이 작품은, 코끼리의 코를 뗌으로써 관람객들이 다른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엄 작가는 "600년 전 정치·외교 도구로 한반도에 온 코끼리는 효용성이 없는 생명체라는 인식과 편견으로 인해 전국을 헤매다가 장도로 유배갔다"며 "이런 편견과 결핍의 대상을 통해 결핍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배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각장애 학생들과 '장님 코끼리 만지기' 우화를 직접 체험해봤다. 우리 사회에서 편견의 대상이 됐던 이들과의 작업이 저에게는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그 경험을 보여드리고 상상도 못한 상까지 받게 돼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은 단색화 거장인 박서보 화백이 후학 양성을 위해 광주비엔날레재단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면서 올해 처음 제정됐다.
광주비엔날레 창설 정신과 올해 주제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에 가장 부합하는 작가로 엄 작가가 뽑혔다.
재단은 이날 열린 개막식에서 엄 작가에게 상금 10만 달러와 광주시의 시조인 황금비둘기상패를 수여했으며 박 화백이 직접 참석해 상금과 꽃다발을 전달했다.
심사는 프란시스 모리스 테이트 모던 관장, 캐롤린 크리스토프-바카기예프 카스텔로 디 리볼리 현대미술관장, 마미 카타오카 모리미술관장,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윤재갑 독립큐레이터 등 5인이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엄정순 작가의 작품은 코로나19 이후의 비엔날레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며 "작가가 제시하는 사회적 포용이 작업 방식과 작품에 독보적으로 담겼다"고 평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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