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확률 이겨낸 도로공사의 기적, V리그 최초 역사 쓰다[V리그 챔프전 초점]

[삼산=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한국도로공사가 '0%' 확률을 뚫고 올 시즌 V-리그 여자부 왕좌를 차지했다.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기적을 만들며 리그 최초의 역사를 쓴 챔피언이 됐다.

ⓒKOVO

도로공사는 6일 오후 7시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최종 5차전 흥국생명과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3-25, 25-23, 25-23, 23-25, 15-13)로 승리했다. 챔피언결정전 3승2패의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한 도로공사는 2017~2018시즌 이후 5년 만에 2번째 별을 달게 됐다.

V리그 역사에 남을 기록도 썼다. 도로공사는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남, 여자부 통틀어 최초로 챔피언결정전에서 리버스 스윕(2패 뒤 3연승)으로 우승한 팀이 됐다. '0%'의 확률을 깨고 왕좌에 오른 것이다.

도로공사는 캣벨이 32득점으로 팀을 이끌었고 박정아가 23득점으로 뒤를 받쳤다. 반면 흥국생명은 옐레나가 35득점으로 분전했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3전 2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에 2연승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도로공사는 챔프전 초반부터 위기를 맞이했다. 박정아와 배유나가 감기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던 가운데 흥국생명 원정에서 펼쳐진 1, 2차전을 내리 패했다.

남, 여자부를 통틀어 V-리그 역사상 챔프전 첫 2경기를 모두 이긴 팀은 100%의 확률로 우승했기에 2연패를 당한 채 홈인 김천으로 내려가는 도로공사의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확률 '0%'라는 가혹한 수치가 그들 앞에 놓인 것이었다.

한국도로공사 박정아. ⓒKOVO

하지만 벼랑 끝에서 혼신의 힘을 발휘한 도로공사다. 3, 4차전 모두 1세트를 내주고도 2, 3, 4세트를 연달아 잡으며 시리즈 전적을 2승2패 동률로 맞췄다. 배유나와 박정아는 물론 외국인 주포 캣벨까지 3, 4차전에서 불을 뿜었다. 4차전서 박정아(20득점)와 캣벨(30득점)이 합작한 50득점은 이번 챔프전서 도로공사의 한 경기 득점 1, 2위 선수의 기록을 합산한 것 중 가장 높은 점수였다.

하이라이트는 4차전 4세트였다. 도로공사가 흥국생명에 세트 스코어 2-1로 앞선 채 임한 4세트서 16-21로 뒤지며 경기가 5세트까지 가는 듯했던 상황. 4세트 1득점에 그치던 박정아가 상대 빈 공간을 노리는 페인트 퀵오픈 득점으로 추격의 신호탄을 쐈다. 박정아는 이후에도 캣벨, 배유나와 번갈아 득점을 터뜨렸고 결국 도로공사가 25-23 역전으로 4세트를 잡으며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 갔다.

그리고 이날 최종 5차전을 앞두고도 여전히 확률은 흥국생명의 편이었다. 1, 2차전 승리팀 징크스는 물론, 도로공사가 정규리그와 챔프전을 통틀어 올 시즌 흥국생명 원정 5경기에서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럼에도 도로공사는 3, 4차전 연승으로 가져온 흐름을 믿고 0%의 가능성에 맞섰고 결국 최종 5차전에서 '역전의 아이콘'답게 모든 징크스를 부수며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최초의 역사를 쓰며 왕좌에 올랐다.

ⓒKOVO

모두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던 상황에서 기적을 써낸 도로공사. 그들의 단단한 집념은 극악의 확률마저 이겨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