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 묘지 안내한 소녀 외교관, 엑스포 실사단 “우리 용사 이름이...”
“날씨가 참 좋네요.” “좋은 아침입니다.”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의 부산 방문 사흘째인 6일 첫 외부 일정은 유엔(UN)기념공원 방문이었다. 해운대 숙소에서 출발해 오전 11시 30분쯤 공원에 도착한 실사단 위원들은 먼저 와 기다리던 부산시 직원들과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유엔기념공원은 1951년 조성된 세계 유일 유엔군 전몰자 묘지다. 영국·미국·프랑스 등 6·25전쟁 참전 11국 2320명의 용사들이 안장돼 있는 곳. 실사단은 추모관부터 들어갔다. ‘유엔군 참전용사의 영원한 손녀’ ‘소녀 외교관’이라 불리는 캠벨 에이시아(16)양이 공원 안내를 했다. 한국인 어머니와 캐나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에이시아양은 세계 각국의 유엔 참전용사들과 편지를 주고받는 사연으로 유명해졌다.
“프랑스 용사들 이름은 어디 있나요?”
실사단은 분수대를 담처럼 둘러싸고 있는 비석 앞에서 멈춰 섰다. 유엔군 전사자 4만895명(실종자 포함)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추모 명비에 얼굴을 들이대며 하나하나 이름을 살폈다. 실사단 위원 8명 중 독일 출신인 파트리크 슈페히트 단장을 포함해 4명이 그리스·프랑스·이탈리아 등 6·25 참전국 출신이다.
추모 명비를 살펴보는 사이 멀리서 엔젤피스 소녀합창단 50여 명의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노래가 잔잔히 울려 퍼졌다. 그러자 실사위원들은 물론 공원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두 손을 모으고 서서 전몰장병을 추모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자유와 평화를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유엔 장병들의 뜻이 부산 엑스포를 통해 현대에서 미래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 한 관계자는 “내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 (실사단 대응에) 성공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고, 다른 관계자는 “누군가 ‘팝스타들과 얘기를 나누는 영광을 누려 기쁘다’고 하자, 실사단 위원들이 모두 박장대소를 하는 등 실사 과정 내내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실사단은 유엔기념공원 방문에 이어 점심을 먹으면서 부산의 청년기업가·바리스타·대학생·유학생 등 17명들과 엑스포 유치의 꿈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 나눴고, 오후 4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슈페히트 실사단장은 기자회견에서 “정말 따뜻하고 뜨거운 환영을 받았고 대단한 경험이었다”며 “부산은 세계박람회를 개최할 만한 모든 것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밤 실사단은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마지막 일정인 엑스포 불꽃쇼를 관람했다. 직경 400m짜리 대통령 불꽃과 나이아가라, 이구아수 폭포 불꽃 등이 30여 분간 장관을 이뤘다. 부산시와 부산경찰은 이날 불꽃쇼에 부산시민 등 75만명이 운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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