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 맞다” 판결에도 버틴다…호칭도 없는 이들

최혜림 2023. 4. 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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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낯선 나라에 돈을 벌러 왔다가 한국 남성과 아이까지 낳았지만 아버지에게 외면당한 아이들의 실태를 어제(5일)와 오늘(6일) 연속해서 전해드립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주민등록조차 못하는 "그림자 아이들" 입니다.

아버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은 친자확인 소송 뿐인데 어렵게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최혜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우와아~!"]

올해로 만 2살인 윤아(가명)의 엄마는 필리핀인, 아빠가 한국인입니다.

그러나 아빠는 계속 자신의 딸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B 씨/필리핀 국적 미혼모 : "딸한테 미안해요. 한 살 생일 때 케잌도 못 사줬어요."]

결국 유전자 검사까지 한 결과, 친자 확률은 99.99%였습니다.

지난 1월 법원에서 친자 관계를 확인받으면서, 윤아는 한국 국적 취득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석 달이 다 되도록 한국 국적을 얻지 못했습니다.

아빠의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을 받아서 출입국사무소에 제출해야 하는데, 아빠가 협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혜원/인천이주여성센터 살러온 활동가 : "서류를 발급받아야 하는 행정복지센터나 구청은 행정부 산하에 있잖아요. 아빠 본인이 오지 않으면 해줄 수 없다..."]

국적 취득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합니다.

[B 씨/필리핀 국적 미혼모 : "나는 아이 아빠에 소송도 했고 이미 이겼어요. 나는 더 참아야 하고 더 기다려야 해요."]

자녀가 국적을 얻더라도 문제가 또 있습니다.

아이를 버린 아빠에게 양육비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

사실혼으로 인정받지 않으면 외국인 엄마의 취업은 불가능합니다.

[F 씨/필리핀 국적 미혼모 : "가끔 돈이 없으면 친구에게 빌리기도 해요. 제발 일하게 해주세요, 저는 아이가 있어요 (라고 공장에 부탁해요)."]

국가인권위는 이 문제에 대한 조사에 나섰고, "미성년 한국인을 키우는 외국인 부모에게 취업 기회를 줘야 한다"고 지난해 7월 권고했습니다.

[유현민/애란원 사회복지사 : "아이와 엄마의 안전한 생활을 위해서 산전 의료비라든가 출산 후 3개월까지는 좀 지원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법무부는 인권위 권고를 일부 수용해 단순 노무직까지는 취업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최혜림 기자와 몇 가지 더 짚어보겠습니다.

최 기자! 이런 사례를 개인적인 불행으로 볼 게 아니라 하나의 사회 문제로 봐야 한다는 거죠?

[기자]

네, 그래서 이 보도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게 이들을 뭐라고 부를지 였습니다.

여러 곳에 자문했지만 합의된 용어가 아예 없었습니다.

그만큼 누구도 이들의 존재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거죠.

[앵커]

어제와 오늘 전해드린 내용을 보면 아이들의 인권 문제와도 직결된 것 같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줘야 합니다.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는 두 번째 문제고, 국내에 과연 이런 이들이 얼마나 있는지, 실태 파악부터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은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시민단체들이 알음알음 개별적으로 돕고 있는 수준입니다.

[앵커]

외국인 미혼모 6명을 직접 만나 취재했는데 이들에게 가장 시급한 지원은 무엇이던가요?

[기자]

의료비 지원이 가장 급합니다.

엄마는 불법 체류자, 아이는 무국적이다 보니, 엄마는 출산 전후에 기본 검진도 못 받고 아이가 아파도 병원비부터 따지는 형편이었습니다.

그 다음은 취업 문제인데요.

외국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비자 문제로 취업이 허용 안되니 열악한 일자리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법무부가 예고한대로 단순 노무직이라도 허용된다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텐데요.

하루하루 생계가 막막한 엄마들은 언제부터 허용해 준다는 건 지를 가장 궁금해했습니다.

이들의 긴박한 사정을 고려한다면 조금 속도를 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앵커]

최혜림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김형균/촬영기자:류재현/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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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림 기자 (gaegu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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