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은 몰랐다"? 이제 안 통한다…중대법 1호 판결 파장은

임예은 기자 2023. 4. 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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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3개월 만에 첫 유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공사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숨졌는데, 법원은 원청업체 대표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먼저 임예은 기자의 보도를 보고, 그 의미도 짚어보겠습니다.

[임예은 기자]

철근이 쌓여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이걸 옮기던 하청노동자가 아래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건물 5층 높이에서 안전 난간도, 안전대도 없이 작업했습니다.

이 사고로 원청 건설사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씨/건설사 대표이사 : {오늘 선고 결과에 대해서…} 저희 변호사님이 말씀하실 거예요.]

법원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1년 6개월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원·하청 현장소장은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았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위험을 미리 확인하지도, 안전 평가 기준도 만들지 않았다며, 대표이사로서 이런 의무를 일부만 했더라도 사망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했습니다.

하청 노동자 사망에 원청 대표의 법적 책임을 물은 첫 사롑니다.

하지만 노동계는 처벌이 약하단 반응입니다.

[권영국/변호사 :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1년 6개월에 3년이라고 하는 것은 거의 최저선에서의 선고 아니냐…]

법원은 업체 관계자들이 유족에게 사과하고 위로금을 냈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걸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노동 분야를 취재하는 박민규 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박 기자, 먼저 이번 판결 의미부터 살펴볼까요?

[박민규 기자]

그동안 하청 노동자가 숨져도 원청이 현장을 잘 몰랐다고 주장하면 처벌 거의 안 됐습니다.

이번엔 중대재해법 적용으로 달라졌습니다.

"도급을 주면, 원청이 위험 확인하고 대응 기준도 만들어야 한다" 판결문에 적혔습니다.

원청 '사장님'에게 안전 관리 의무가 있다고 법원은 인정했습니다.

그런데도 사고 예방조치를 안 하고, 위험 작업 그대로 시켜서 노동자를 숨지게 했으니 유죄라고 본 겁니다.

[앵커]

지금까지는 하청업체에서 사고가 나도 "하청은 하청일이다" 원청업체에서는 "모르는 일이다" 하면 됐는데, 이 법이 시행된 이후로는 원청도 책임이 있다. 판결이 된 거군요?

[박민규 기자]

저희가 분석해보니까요.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14건 중 11건, 80% 정도가 하청노동자 사고에 대한 '원청' 책임을 묻는 경우입니다.

떨어지고, 깔리고, 자재에 맞아 숨지는 노동자들 대부분 하청업체 소속이라는 거죠.

오늘(6일) 판결로, 앞으로 원청이 지켜야 할 의무는 더 넓게 인정될 걸로 보입니다.

[앵커]

그러면 이제까지는 하청업체의 안전문제에 대해서 원청은 "난 몰라"해도 됐지만, "사장님까지 처벌받네?" 하니까 더 신경을 써야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최근 정부에서 처벌보다 과징금을 늘리겠다, 처벌수위를 좀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실효성이 떨어지는 거 아닌가요?

[박민규 기자]

기업들은 경영활동 위축시키는 법이라고 해왔죠.

CEO 처벌보다 회사에 과징금 물려서 예방하는 게 더 효과적이란 얘기도 합니다.

이 법을 만든 건 5년 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 씨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중대재해법 시행 전이다 보니 두 달 전 나온 2심까지 원청 관계자 전부 '무죄' 받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법이 없었다면, 그때처럼 오늘도 현장소장 같은 '실무자'만 벌금 물고 끝났을 거란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법 시행 1년 3개월밖에 안 됐습니다.

처벌은 처벌대로 유지하면서, 산재 예방 정책은 따로 가야 한단 지적이 높습니다.

(영상디자인 : 강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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